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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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시간과 다른 시간을 사는 것. 바로 ‘비시대성’이 타임머신 없이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미래로 떠나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그 미래를 만들어라. 이것이야말로 ‘머무른 채로 떠나기’이며, ‘앉은 채로 유목하기’ 아니겠는가.
창조와 생성은 현재와 과거를 구원하는 방법이며, 미래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동시에 시간 자체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타임머신 없이 미래로 여행하는 법? 그것은 간단하다. 시간과 동시대인(Zeitgenosse)이 되는 것이고, 시간을 뛰어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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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씨!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어느 시기에 나는 내 부모를 사랑했을 거야.
인정받으려는 욕심에 최선을 다해서 어려운 걸 참고 견디며 지루하게 노력했을 거야.
그러다 어떤 날 천둥처럼, 번개처럼 깨달았을 거야.
아, 이건 끝이 없겠구나, 그만해야겠다, 싶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덜컥 남편과 결혼하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또 익숙하게 남편도 사랑했을 거야.
20대의 내게 ‘결혼’은 곧 ‘사랑’이었으니까.
그때의 두 단어는 같은 뜻이었거든.
나는 나를 찾아온 아이들도 사랑했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난 여기 이곳에 이렇게 있지 못했을 거야.
아이들은 꽤 오랫동안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으니까.
그 힘으로 ‘나’를 만나서 다시 사랑하게 됐을 거야.
나는 내가 ‘사랑’이길 바랬어.
뭔가를 참고 기다리는 지루한 노력이 아닌, 비참한 고군분투가 아닌, 어떤 흥분이나 설렘 같은 팔딱이는, 펄떡이는, 살아 숨 쉬는, 싱싱한 반짝거림이길 바랬어.
그런데 그 방법은 모른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단순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온 거야.
바쁘게 반복된 부지런함은 위험했어.
그냥 그러다 죽을 것 같았거든.
사랑은 그런 게 아니잖아.
내가 바라는 ‘사랑’은 그게 아니었어.
실은, 여전히 난 사랑을 잘 몰라.
그치만 나랑 약속했어.
나머지 인생은 나답게 살겠다는 약속 말이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랑하고 싶으니까.
나는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여태껏 그게 뭔지 몰라서 '못'했다면, 지금은 달라.
여전히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이제는 '할' 수는 있다고.
난 내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지도 알고 있거든.
세상은 만들어가는 거라며?
나,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어.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할 거야.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어.
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지닌 인생이고 싶거든.
욕심이겠지만 부려볼 거야.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라.
50대 10년쯤은 축복처럼 그렇게 살아도 좋다고 응원해줘.
니체 씨!
그래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