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Day 19 in 후쿠오카
* 다자이후텐만구 (太宰府天滿宮)와 규슈박물관
일본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핀다고 했던가? 여행 초기에 가는 날로 했다가 드디어 매화가 피기 시작한다는 뉴스를 보고 오늘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滿宮)에 가기로 했다.
아침에 하카타 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바닥에 다자이후라는 글자가 쓰여 있기는 하지만 앞에 서 있는 아주머니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본 특유의 음성으로 화들짝 놀라며 맞다고 대답해 줬다.
내가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사질 못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다시 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IC카드로 될 것 같다고 했다.
카드에 잔액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다고 했더니 기사한테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책 읽고 있다가 질문 많은 관광객을 만났다고 생각했을라나...
버스는 줄을 선 순서대로 타는 거였다.
줄 서기 문화! 특히 점심시간엔 식당에 들어가려고 100미터 이상 서있는 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 않았는 가?
끈기일까? 시간 낭비일까? 성취감에 효과가 배가 될까? 내 뒤로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생각했다. 무사히 버스에 올랐고 그 아주머니( 내 또래이거나 어려 보임) 옆자리가 비어 있길래 앉아도 되는지 눈으로 물어봤더니 그러라고 했다.
그 사람은 아까 줄 서서 버스 기다릴 때 작은 문고판 책을 읽고 있었다.
예전에 일본에 왔을 땐 일본인들이 자주 보던 문고판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는 추억의 장면인 셈이었다.
이번에 와서 지하철과 기차를 여러 번 탔지만 내 기억에 4번째정도 보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평범한 차림의 아주머니였지만 그 모습이 넘 좋아 흘깃, 살짝 보기도 했다.
잠시 후 facebook으로 뭔가 본다. 좀 세련된 아주머니인가 싶어 난 한국사람이라며 말을 시켰다.
깜짝 놀라며 일본어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이었다.-외국인이 자국어를 조금이라도 하면 다를 그렇게 말하지 않는 가.
카메라가 대단하다고 하길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후쿠오카에 한 달 있으려고 왔다고 하니 정말 부럽다고 멋지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말하니 난 부러운 일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ㅎㅎ
내가 인스타에 사진을 좀 올려놨다고 말하자 보면 좋겠다고 하길래 보여주었다. 내 사진에 대한 감탄도 잊지 않고 해 주길래 인스타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인스타 사진을 올리는 건 문제가 아닌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친구 관리가 어려워서 사진을 1년 전에 올렸고 지금은 안 올린다고도 말하며 서로 친구인 일본인처럼? 버스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다자이후텐만구에 도착했다.
인스타에 친구 1명 더 생겼다 ㅎㅎ 그 사람 인스타를 보니 음악회, 전시회, 반려견 이야기였다.
자기는 다자이후텐만구에 무엇 때문에 간다고 한 것 같은 데 정확하게 못 알아들었다.
다자이후텐만구 입구에 황소 동상이 있는 데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서 내가 우리 가족 대표로 만지려고 한다며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섰다.
이 사람하고는 오늘 동행인가? 어쩌지? 하고 있는 데 줄을 같이 서 줬다.
괜찮다고 했으나 함께 하겠다고 하면서…
내 차례가 되고 나를 서라고 하면서 사진을 찍어줬다.
나도 찍어주냐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웃는 데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사람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를 사진 찍어 주려고 같이 서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이랑 같이 본전에 갔는데 본전에서는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경을 외우고 경건한 의식을 하고 있었다. 종소리가 나자 모두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난 처음 본 광경이었지만 그 의식에 참여할 필요가 없으므로 슬금슬금 나는 간다는 눈짓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제서야 이 사람은 이 예식에 참석하러 온 모양이구나 하고 짐작이 되었다.
날짜를 연기하고 왔음에도 그 예쁘다던 매화꽃은 아직이라 엄청 서운했다.
다자이후텐만구 매화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던데…
잠시 후 우연히 다시 만났고 너무 춥다고 하면서 자기는 집으로 간다고 인사하고 나보고 뒤쪽에도 가보라 하면서 헤어졌다.
난 그들의 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기원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아이들이 아팠을 때, 대학교에 갈 즈음에, 어머니를 위해, 남편을 위해 무조건 믿음으로 기도할 때가 있었음을 떠 올렸다.
이제 내가 자식들의 염려를 들으며 살아가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과, 내 손주들, 혼인으로 맺어진 사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내가 살아가며 챙겨야 할 영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였다.
사랑이 있는 곳엔 언제나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근방에 규슈 대학교 박물관이 있다니 검색하고 찾아간다.
5분 안에 있다는데 내가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서인가. 마을로 둘러가게 되었다. 덕분에 조용한 마을 안으로 걸어가 보게 되었다.
공원 같은 게 나오고 혹시 지나쳤나 지도를 보니 근처에 만요슈(萬葉集)에 나오는 노래비가 있다고 쓰여 있다.
만요슈는 오래된 시, 노래집이란 것만 기억이 나지만 이 또한 반가운 일이었다.
지나가는 운동 하러 나온 젊은 사람에게 이 시비가 있는 곳을 물으니, 전혀 모른단다.
이 근처에 있다는 데.. 여하튼 규슈박물관은 옆에 있는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 작은 동네 공원에 계단 옆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장치가 있는 것을 보며. 그들의 배려를 알 수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지도를 보고 다시 확인해 보니 계단 내려오는 곳에 시비가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조경석인 줄 알 정도로 덩그러니 있었다.
그래도 잘 읽혀지지도 않고 내용도 모르지만 만요슈라는 글자를 보고 반가워했다.
글자도 사람의 기분을 좋게도 나쁘게도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현대식 건물에 시설을 갖춘 박물관!
무빙워크와 편리한 에스컬레이트. 벽면을 박물관답게 꾸며놓고.. 난 마을 길로 빙 돌아서 온 덕분에 마을 구경도 했고, 만요슈의 노래를 만났다.
이런 건 작은 일 같지만 혼자만의 여행의 큰 재미 아닐까? 마침 규슈 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의 가야(加耶) 유물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아까 만났던 일본인 아주머니가 인스타로 문자를 보냈다. 너무 반가웠고, 인스타에 사진 좀 올려주고, 한국에 오고 싶다고 가끔 소식 전하자는..
답장을 썼다. 만나서 반가웠고, 한국 오면 연락하고 오늘 동행해 줘서 고맙다고.
오늘은 현지 친구를 사귄 날이었다..
마침 그 버스를 탔고, 책 읽는 모습이 좋아 내가 말 시켰고,
친구를 위해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줘야 할 것 같다.
작은 딸이 여행다운 여행을 하는 엄마가 짱이란 말에 어깨도 으쓱으쓱..
날이 좋으니 다자이후를 한 바퀴 더 돌아보며 사진을 찍는 데 20대 아가씨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가 내 사진을 궁금해하길래 몇 장 보여줬더니 어떻게 찍느냐고 물어왔다. 사진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결과물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헤어지면서 나에게 엄지 척! 갑자기 하게 된 사진 강의. 재미있었다.
사람들 틈에 줄을 서서 모찌도 사서 먹어보고 골목마다 둘러보고, 특이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는 스타벅스 매장도 들어가 보고 ( 커피는 안 마심ㅎㅎ)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을 탔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니 좀 불편했지만 교통비도 훨씬 쌌다. 이걸 알았다면 애초에 버스를 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매화꽃이 덜 피어서 많이 아쉬웠고 주말이라 진짜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다행이었고 ( 사람들이 없는 관광지는 왠지 쓸쓸해서 좋지 않다)
내일은 쉬는 날!
남편은 참 절묘하게도 쉬는 날을 아주 잘 정해 주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와서 잤다. 아니다 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침대에 누워 기절했다.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고 활짝 웃으면서 자랑하고 싶지만,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한 오늘의 못다 한 이야기 내일 다시 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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