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Day 17 in 후쿠오카
* 마츠시마-5개의 다리를 지나, 힐링하며 걷는 올레길.
비 온다는 예보에 날짜를 바꾸려다 못 바꾸고 원래 날짜인 오늘, 지정석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야 해서 일찍 서둘러 나와 하카타 역에서 앞모양이 로켓트처럼 생긴 신칸센을 탔다.
지정석의 내 자리에 앉았다. 그 넓은 칸에 나까지 손님은 3명뿐, 아마 자유석은 비좁을 텐데..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바깥풍경을 보며 셔터를 눌렀다.
40여분 후 구마모토에 도착하여, 역의 관광 안내소에서 한국어로 된 구마모토시 지도를 받고 하루에 3번 이상 타면 이익이며 스이젠 공원과 구마모토 성에 가면 입장료 할인도 해준다는 트램 티켓을 샀다.
마츠시마 행 버스시간 때문에 아침에 서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역무원에게 물어 버스 타는 곳을 찾아가 안내문을 보니 9시 38분 출발!
한 8분 남았다 버스를 타고 1 시간 50분 정도 가야 한다니까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다. 다시 돌아서 역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없다.
아까 표를 내기 전에는 있었는데 갑자기 어쩌지?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지나가는 여자한테 물어보니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다고 한다. 급히 뛰었다. 거기에도 없다. 다시 지나가는 여자에게 다시 물었다. 급하다 급해 ~
아가씨 말이 옆의 상가에 있는 데 아직 문을 안 열었고 지하철 역까지 가려면 멀고 (나 역시 갔다 올 시간이 안 됐다)
그러더니 앗! 콘비니 하는 것이 아닌가? 근처에 훼미리 마트가 있었다.
나를 데리고 함께 가서 화장실 입구를 가르쳐주었다 고맙다고 말했지만 함께 기념사진 찍을 사이도 없이 화장실로 냅다리..
버스가 왔고 마츠시마 행을 확인하고, 그제야 그 아가씨에게 진짜 진짜 고마운 맘을 전하며, 그녀의 오늘에 행운이 있기를 빌었다.
이래저래 1시간 50분이 지나고 버스 요금은 자꾸 올라가고 목적지에 왔다.
내리자마자 멋진 바다가 나를 맞는다.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올레코스라고 한다. 날씨는 흐렸지만 정말 맘이 편안해지는 풍경이었다.
알아 온 정보에 의하면 전망대에서 바다 풍경을 보고 두 군데 올레코스를 걸어보는 것인데 전망대를 검색하니 30분 이상 산으로 올라가는 거다.
바닷가 근처의 전망대인 줄 알았는데 잘못 알았나 보다.
마침 지나가는 할아버지? 아저씨가 있어 물어보니 산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하였다.
간다 하고 맘먹으며 출발하려는 순간, 그분이 차로 가면 금방인데 걸어서는 무리라고 하였다.
산 입구까지 같이 걸어가면서 지난번에도 한국인이 30명이 왔다고 하고 한국 총영사의 기념식수도 알려주니 올레길에 관여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산 입구에 와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헤어진 후 산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동안 평지는 참으로 많이 걸었지만 산 길은... 이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 숨차고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사람은 없고 무서워지기 시작하였고 머지않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혼자였으니 시작이라도 했지,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입구에서 돌아섰을 그런 산길이었다.
오로지 나만 있는 곳에 갑자기 차가 나타나더니 섰다. 이크 하면서 피했는 데 아까 그 아저씨가 차를 가지고 와서 누추한 차지만 타라고 하였다
이미 머리는 땀에 젖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다.
고맙다고 하며 차에 올랐다. 차로도 제법 올라와 정상 근처 주차장에 주차하고 100미터 정도 더 걸어 올라가야 전망대인데 가 보겠냐고 했다.
여기까지 온 거 당연히 가야지요!!
올라가면서 나무에 매달린 끈을 보여주면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묶어놓은 올레길 표시라고 알려주었다.
그분은 다람쥐처럼 올라가고 난 힘들어하면서 올라갔다.
이런 길을 혼자 올라오려고 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저쪽 어디는 한국이라고 하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지나온 5개의 다리에 대해서도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내려오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꾸물럭 거리는 바람에 그분을 놓쳤다.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디로 왔는 지를 모르겠는 거였다. 잠시 올라갔다 옆으로 갔다 하다가 그럴 리 없어하면서도, 그분이 그냥 가 버리면 난 어쩌나 하는 생각에 당황하고 무서웠다.
드디어 산속에서 거의 울먹이며 외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갑니까?” ”어디로 갑니까?”
그때 하필 미국 딸아이의 영통 전화가 온다. 끊어 버렸다.
다시 전화가 오길래 안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왜? 하고 물으니 엄마가 산으로 갔는지 어떤지 연락이 없어서라고 한다. 잘 있다고 대답하고 얼른 끊었다 (후에 딸아이가 가족 채팅방에 엄마는 잘 있어 말했지만 숨차하고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야 하고 남긴 글을 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어디로 갑니까?”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때
“여기요.(こちらです) 여기요. (こちらです) “
하는 그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분도 내가 안 따라오니 다시 올라온 것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자기 집을 가르쳐 주었다.(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정말 정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서 그분 댁을 찾아가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무사히 큰길까지 잘 데려다주시면서 남은 여행 잘하라고 하면서 아저씨는 가셨다.
용의 물과 거석군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플에서는 답이 없다.
근처의 파출소로 무작정 들어갔다 젊은 순경 두 명이 있었다
그들에게 거석군이란 글자를 내 어플에 써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도 거석군을 몰랐다.
한자가 자기네가 읽는 대로 가 아닐 지 모른다고 하였다. (일본은 같은 한자(漢字)라도 읽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그때부터 파출소 안은 난리가 났다
느닷없이 쳐들어온? 관광객과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 순경들은 각자의 이야기만 하면서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들도 구글지도를 보고 컴퓨터 검색하고 난리난리…
드디어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한국말을 하는 일본남자를 바꿔주었다.
거석군을 모른다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석군이라는 지명을 내 어플에 써 주면 제가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 말을 전했는지 안 전했는지 젊은 순경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의논하며 검색 중이다.
난 한참을 파출소 안에 편안히 앉아 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미안해하며 하지만 조금 재미있어하며 지켜보았다.
드디어 한 순경이 그 근처에 있는 거석군을 발견했다
아니~ 자기네 관내도 모른다는 것이냐구?????
둘이 나보다 더 좋아했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이번에는 한국말을 하는 일본 여자분을 바꿔줬다.
그분은 나보고 아까 내가 오르던 산입구로 가라는 것이다 거기에서 잘 살펴봐야 봐야 입구가 보인다는 것이다.
두 순경 중의 한 명이 자기가 용의 물까지 함께 가고 또, 거석군 올라가는 산 입구까지 데려다준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정말 용의 물은 길만 건너면 있었고, 정말로 따뜻한 물이 나왔다.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족욕도 하는 곳이라 들었다.
친절하게도 산 입구까지 함께 와서는 날씨도 흐렸고 길도 잘 모르니 금방 내려오라고 염려의 말을 해주었다.
고마운 순경들!! 아마 자기들도 내 이야기를 한참 동안 했으리라.
그나저나 다시 산을 오르기는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힘든 건 둘째치고 아무도 없어서 무서웠다. 올라가는 도중에 다시 내려왔다.
이번 여행에서 도중 포기는 두 번째였다. 아쉬운 마음은 대단히 컸지만, 포기하는 법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1시 20분 구마모토로 가는 버스가 있다.
현재시간 17분! 또 뛴다. 이걸 놓치면 2시 50분이다.
파출소를 지나쳐 가며 순경들에게 거석군에 못 갔다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21분이다.
내가 늦었나?
어떤 아저씨가 오길래 물어봤더니 자기도 구마모토에 간단다.
그러던 차에 연착된 버스가 왔다.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마츠시마였다.
버스를 타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버스나 기차 시간이나 숙소를 정해두지 않고 그때그때 정하면서 다닌다면 더 좋았을까? 하는 꿈같은 생각에 빠져보았다.
구마모토에 도착하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저씨가 잊지 않고 “여기”라고 일러준다.
물어본 나는 생각도 않고 있는 데 나한테 말해줘야 한다고 오는 내내 생각했을 아저씨가 얼마나 감사한 지…
다시 온다면... 하고 생각하게 만든 곳이었다.
구마모토로 와서 호텔을 찾아 체크인하고 밖으로 나갈 까도 했지만 대욕탕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뒹구리 하자고 맘먹었다.
목욕탕에 가니 나 혼자다. 독탕 같다. ㅎㅎ 온갖 피로를 다 풀어버렸다.
기분 좋았다.
오늘 만난 길 위의 천사들을 한 사람씩 떠 올렸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날!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그들에게 감사인사와 행운을 빌어주는 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p.s. 길 위의 천사들 덕분에 너무 멋진 날을 보낸 오늘을 가족들한테 써 보냈더니, 그 아저씨 차를 무슨 생각으로 탔느냐고, 나쁜 사람이면 어쩔 뻔했냐고 큰 딸한테 한 마디 들었다.
나도 그 생각은 왜 지금 드는 거지? ㅎㅎ 하지만 정말 다음 기회가 있다면 찾아가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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