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Day 15 in 후쿠오카
* BOSS E-Z0 (보스 이조)
* 페이페이(pay pay) 야구 돔
원래 계획하고 온 일정이 처음 며칠 말고는 많이 바뀌었다.
날씨도 그렇고, 주말, 휴일에 좋은 날과 평일이 좋은 날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외출 준비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앞의 고등학교에 신입생 임시 소집일 인가?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듯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진학하는 학생들, 환영해 주는 학생들 모두에게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건강하게 각자의 생활을 잘하게 되길 기원했다.
오늘은 아예 예정에도 없던
BOSS E-ZO의 팀 랩 포레스트에 갔다 왔다.
후쿠오카 가볼 곳을 검색하니 나온 것인데, 화려한 색채와 동물, 나무, 물고기등 자연을 이용해 만든 디지털 아트라고 한다.
텐진역이나 하카타역까지 걷지 않고 아예 호텔 근처에서 지하철을 탔기 때문에 가는 길도 쉬웠고 편하게 갔다.
안내에는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라고 했지만 걸으면서 찾기에도 쉬웠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페이페이 야구 돔 옆에 있는 건물이었고, 11시 오픈을 기다리느라 야구 돔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유명 야구선수들의 이름과 손 모양 조각이 재미있었다. 만약 야구 경기가 있었다면? 아마도 직접 보고 싶어 했을 것 같았다. 이래 봬도 난 야구 룰을 잘 알고 있는 왕년엔 이만수 선수 팬이었다. ㅎㅎ
팀 랩 포레스트 입장권을 사러 들어왔는 데 키오스크였다.
당황스러웠다. 일본말로 하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와줄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에게 부탁했지 혼자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긴 한국의 햄버거 가게에 가서도 기계 앞에 서면 괜스레 긴장했었는데 여긴 일본이니 오죽하리.. 한국말 안내는 있지만 여전히 화면을 척척 누르기에 망설여지고, 맞게 하는 건지 계속 의심이 들고 자신이 없었다.
혹시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지 확인했더니 다행히 아무도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하고, 또 해보고를 서너 번, 이마에 땀이 좀 났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용을 잘 몰라서 엉뚱하게 결제를 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하면서 확인을 과감하게 눌렀다. 다행히 맞게 한 것 같았다. 미리 예약하고 오면 좀 더 싸기도 하고, 예약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알아야 하고 배울 게 많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것을 하는 곳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안에서 관객을 대하는 안내원들은 우리나라와 좀 달랐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한 바퀴를 돌았는데 한번 더 보겠냐고 물어보기에 살짝 놀랐다.
그 말이 감사하기도 하고 한번 더 봐야 할 것 같기도 하여 좋은 맘으로 한 바퀴 더 돌았다.
여러 명이 온 관람객들을 보니 누군가와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플을 깔고 그 속의 화살을 이용하여 동물을 향해 쏴 볼 수도 있고, 색깔이 아름답고 화려한 화면이 생동감이 있고, 밟으면 소리 나는 징검다리. 알록달록 쿠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색의 풍선들..
혼자 놀기에는 좀 쑥스러웠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애들처럼 신나게 놀았다.
서비스로 만화 캐릭터 상품 판매하는 곳을 가 보라고 하였는데 솔직히 무슨 만화인지 잘 모르지만 참 앙증맞고 예쁜 것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사고 싶은 맘에 들었다 놨다 하다가 … 잘 참았다.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후쿠오카 박물관도 있는 데.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호텔로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현지인처럼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긴장감 없이 졸았다.
마트에 들러 양배추, 오징어 젓갈, 브로콜리, 일본 새우깡 한 봉지를 사 왔다.
양배추는 한통, 반통, 1/4통으로 나뉘어져 있었는 데, 살림살이 내공이 아니더라도 계산을 해보니 한통의 가격이 당연히 쌌다. 거리낌 없이 사서 배낭에 다른 것과 함께 넣고 어깨에 메는 순간! 이미 들어 있는 카메라 무게와 함께 어이쿠!!!! 앞으로 12분을 걸어가야 하는 데, 그 무게가 그 무게 이겠지만 좀 가벼워지려나 카메라는 꺼내서 목에 걸고 다시 배낭을 꾸려 등에 매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진짜로 왜 이러는 걸까요?
카메라는 목에 걸었지만 주변을 살펴보지도 못하고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중얼중얼 자책하면서 걸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냉장고에 넣을 때까지 자신을 흉봤다, 웃었다, 흉봤다, 웃었다.. 그랬다.)
호텔에 와서 침대에 이불 덮고 앉아서, 양배추 한 덩어리라 무겁긴 해도 여러가지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겠고, 1/4통이면 가져오긴 힘이 덜 들었겠지만 필요하면 또 가서 사와야하고 , 반 통이 었다면 적당했을테고..
어떤 결정에 대한 나의 선택과 결과는 오늘의 양배추 같겠구나 생각하며 낮잠이 들었다.
아주 단잠이었다.
홀로 적응기가 이제야 끝난 것 같기도 했다.
이제 오늘로 꼭 반이 지났다. 온 날, 갈 날의 딱 중간이다.
오늘이 지나면 시간과 날짜가 빨라질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 결정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그래서 놓치는 것도 있을 텐데, 그건 감수해야 할 내 몫이겠지.
처음 떠나올 때 그 마음과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까? 아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을 듯하다. 계획은 바뀔 수 있는 게 계획이니까
여기에 와서 그 이튿날 부친 엽서가 남편과 큰 딸네 집에는 오는 무사히 배달되었단다.
미국 딸아이한테는 아직인가 보다
오늘도 혼자 다니기에 성공했다.
p.s. 자꾸 에러가 나는 한글 프로그램 쓰기, 잘 가르쳐준 큰 사위 고마워.
10025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