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여행의 묘미는 아쉬움인걸…

2월 19 & 20일. Day 27 & 28 in 후쿠오카

by 사진 찍는 미미

2/19 일정

* 동네 공원


아침 10시까지는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냐고 혼자 투덜거렸다.ㅎㅎ

어제 보아 두었던 쇼핑몰의 맥 카페에 가려고 노트북을 챙기고 배낭도 메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쇼핑몰 근처에 동쪽 공원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었다.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서 글을 정리하려고 길을 나섰다.


공원에 도착해서 깜짝 놀라서 소리칠 뻔했다. 수양벚나무가 많았고 꽃이 제법 피어 있었다.

비가 온 탓에 바위며 길에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조차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꽃 사진을 행복한 마음으로 찍었다.

며칠 더 있다가 온다면 지금의 꽃봉오리까지 필테고 멋진 꽃잔치가 열릴 것 같았다. 공원은 꽤 넓어서 한쪽은 초록빛 잔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의 소리가 너무 좋아 녹음도 했다.

운동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다. 매일 왔더라면 매일 행복했을 고목들, 꽃, 참으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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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겸 산책을 하고 길 건너 쇼핑몰로 갔다.

일요일이라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벼룩시장도 열렸다.

맥 카페로 갔는 데, 주문을 하는 줄도 꽤 길었다.

종업원이 팸플릿 같은 것을 주면서 미리 주문할 것을 정하라고 안내 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오래 있지 말라고, 공부하지 말라고 써 있는 안내문이 보였다.


에이, 여긴 틀렸네. 점심을 먹고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나름 단골 카페로 갈까 하고 생각했었지만

점심을 사서 호텔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여러 번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일본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특징이 있다.

도시락을 고르거나 딸기를 살 때도 그들의 표정을 보면 아주 신중하기 그지없다. 무슨 탐색을 저리 자세히 하나 할 정도로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랑(나랑 ) 아주 다른 점이 있다면 절대 물건을 손으로 만져가며 고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으로 모든 걸 보고 결정한 다음 손으로 집어낸다.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가 내려놓는 것도 남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누군가 내가 물건을 고르는 걸 봤다면 예의가 없는 사람이거나,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나도 그들을 따라 한참을 고민하며 눈으로 살핀 끝에 해산물 덮밥과 두부가지조림을 사서 셀프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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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공원을 간 것은 늦게 알아서 속상하긴 하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내일 여행을 위해 카메라 청소를 하고 빠진 것이 있나 살피면서 가방을 쌌다.

내일 비는 안 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6063보 걸음


2/20 일정

* 하우스텐 보스


9시 15분 버스를 타고 하우스텐보스에 갔다가, 밤 8시 버스를 타고 10시에 하카타 역에 도착하여 호텔로 오는, 하루 종일 일정이다. 밤 10시에 하카타역에서 호텔로 돌아올 일이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오는 길에 버스 종점이 있는데 그곳은 좀 어둡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기 때문이었다.


예약하지 않으면 곤란한 하우스텐보스의 교통편, 꼼꼼하고 성의 있게 예약해 준 직원 덕분에 자리에 앉고 보니, 창가 쪽..

날씨가 참 좋다. 날짜를 잘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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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개의 정거장을 거치고 나면 바로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라

이제 나머지 한 정거장에서 아무도 타지 않는다면 편안히 목적지까지 가는 거였다.

오호! 혼자 가게 되나 보다 하며 좋아라 카메라 가방을 옆 자리에 올려놓았다.

마지막 정거장에 버스가 정차하고, 창밖에 젊은이 한 사람이 서 있는 데 예감이 이상타 ㅎㅎ

버스 문이 열리고 옆자리에 그 젊은 남학생이 와서 섰다.

얼른 가방을 치우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후 그 학생이

한국분이세요?

하고 말을 건넸다.

네…



그때부터 오랜만에 고국 동포를 만난 나는 한국말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어머어머, 말이 많아서 미안해요 라는 말과 함께 ㅎㅎ

여행장소도 정한 곳이 없이 혼자 여행 왔다는, 늦깎이 대학생.

함께 다니는 사람에게 신경 쓰는 게 불편해서 혼자 다니는 게 좋다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는, 번갈아 가며 말하는 사람과 말을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되어주었다.

본인이 왜 늦깎이 대학생인지, 쉽지 않은 세상살이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부터 여행이 주는 행복함까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우스텐보스에 도착했고. 돌아가는 버스 예매를 안 했다는 그 학생에게 안전하게 예약하라고 일러주고 헤어졌다.문득, 이 학생하고 기념사진을 안 찍은 걸 확인하고 버스 예매소를 가서 사진을 함께 찍고 각자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곳 특성인 튜울립이 알록달록 심어져 있고 또 심고 있는 중이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은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목에 건 카메라 때문에 다니는 중간중간 커플들, 친구들, 가족들 사진기사 역할도 제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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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은 이미 졸업할 나이인 줄 알았는 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만 타는 건가? 살펴보다가 어른들도 타길래 회전목마도 타고 멋진 공연이 있어서 한참 동안 앉아서 어깨를 들썩여보고 멀리 궁전까지 갔다 오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짚라인이란 것도 타보려고 줄도 서 보고(다른 줄에 잘 못섰다. 다음번 짚라인 타는 시간에 맞추려면 계속 줄 서 있어야 하니 돌아다니질 못 하겠어서 정말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여기저기 다니며 촬영하고 예쁘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우리 아이들하고 왔더라면 놀다 오라고 하고 짐을 지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이 재미가 얼마나 좋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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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이 있어서 줄을 서고 20여분 기다렸다.

내가 고등학교 때 태능 사격장에 가서 교복을 입고 총을 쏴 본 경험이 문득 떠 올라 줄을 섰다. 주의점은 알아들을 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잠시 걱정이 되었지만 도전! 다행히 순서가 되어서 들어가니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한국어 설명서를 주었다.

내가 총을 쏘기 전 나를 담당한 안전요원에게 사격하는 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고 어떤 총을 쏘겠냐고 해서 소리가 크고 총알이 따따따따따따다 계속 나오는 총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골라주었다.

산탄총? 그걸 쏴 봤다. 안전요원 말이 제법 훌륭하다고 잘 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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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지도를 가지고 노순을 정해서 다녔지만 다 못 보고 해 볼 것 같았다. 이곳 일정을 잡을 때 남편이 이곳에서 하루 자면 좋은 데 했었는데 놀이공원에서 자기는 왜 자냐고 더군다나 혼자서..라고 했던 일이 후회가 되었다.

야경도 너무 멋진데 그 배경으로 공연까지. 멋지고 좋다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없는 게 너무 아쉬웠고, 가슴 벅찰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버스 시간 때문에 끝까지 하질 못했다.

저녁 8시까지 뭐 하나? 했던 생각은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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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행의 묘미는 아쉬움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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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거장으로 와서야 그 학생은 몇 시 버스를 예약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그 학생이 왔다.

같은 버스였지만 자리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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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에 내려서 남은 일정 건강하게 잘 지내다 귀국하자고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 이 학생과는 인스타 친구가 되어 가끔 안부를 묻곤 한다.

혼자라는 건 좋을 때도 있지만, 외로울 때도 있다. 결국에는 혼자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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