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무너진 어느 날의 기록.
“어머니.
저 몸이 아파서 그만둬야 해요.
저번에 건강검진 받은 결과가 안 좋네요.
인수인계는 힘들 것 같아요…
이번달까지만 근무할게요.”
이상하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선생님 몸이 아프시다는데
난 이상하게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건강검진 결과를 물었을 때만 해도
건강하다고 웃어 보였던 분이 아닌가.
원래 돌보던 아이 집은 계속 근무할 거라고 했다.
황당하고 불쾌해하는 나를 보며
화가 난 채 말하는 모습에
난 아이가 깰까 아이돌봄 선생님을 서둘러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불안이 현실이 된 순간,
“우리의 완벽했던 선생님은 어디로 간 걸까?
내가 뭘 놓쳤던 걸까?
이 순간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라는 생각들로 가득 차 올랐다.
원래 하던 오후 아이돌봄 일을 다시 시작하던 그녀는
내 아이에게 그 아이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비위생적인 케어까지 시작되었다고 느낀 건 엄마의 예민함이었을까?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보낸 카톡이 문제였을까?
"선생님.
제가 “인이”와 뽀뽀도 안 할만큼 치아 관리 해주고 있어서요.
어른 타액이 섞이지 않게
음식 먹일 때는 숟가락으로 먹여주시길 부탁드려요.
너무 까다로운 엄마죠 ^^;;"
“죄송합니다. 어머님
그럼 어른 수저를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바로 날아온 카톡 메시지에 의아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녀는 나에게 퇴사를 얘기했다.
처음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오후에 원래 돌보던 아이집을 다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땐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아이집을 다시 다니기 시작한 그 다음날부터
아이돌봄 선생님은
몇 개월간 불렀을 나의 아이 이름 대신 그 아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나의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하루만에 완벽히 잊어버린 듯 했다.
아쉬웠지만, 서운했지만,
그 아이와 지낸 시간이 오래되었기에 그런거겠지. 하고 넘겼던
나를 원망한 순간들은 계속 찾아왔다.
아이에게 거침없는 말투는
처음의 그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했고,
비 위생적인 모습으로 아이에게 밥을 먹일때는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 우리집 왔을 때
가끔 그런 선생님들 계시는데 전 비위생적이라 경멸해요
하던분이 맞나?
어떻게 된거지?
이상하게도
어느새부턴가 난 아이돌봄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가끔씩 나의 아이를 위해 사다준 작은 장난감 때문이었을까?
내게 생긴 잠깐의 여유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고 나의 한쪽 눈 전체가 빨갛게 터진 걸 보고 놀랬다.
하긴 찰떡이가 태어난 이후로 난
새벽 2~3시가 늘 취침시간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시계를 보니 아이돌봄 선생님 퇴근 시간까지 다녀올 여유가 있다.
내 눈을 보고 상태가 심하다고 꼭 병원을 가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던 나.
진료가 끝나갈 무렵이어서 그랬던 걸까?
병원에 다녀 온다는 날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보는 아이돌봄 선생님의 얼굴 때문이었을까
그날은 아이돌봄 선생님과 같이 있는 찰떡이가 궁금했다.
전날 남편이 켜놓은 홈CCTV 생각에 화면을 켰다.
낮잠 잘 시간도 아닌데 텅빈 거실.
인이는?
아이돌봄 선생님은? 어딜 가신거지?
한참 뒤.
안방에서 혼자 나온 인이가 보였다.
한동안 거실에서 혼자 놀더니
작은 방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손짓을 한다.
다시 거실로 놀다 작은 방에 가서 손짓을 하길 여러 차례.
나중엔 발을 동동 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아주 한참 뒤에서야
느긋이 방에서 나오시던 아이돌봄 선생님.
며칠전만해도 우리 부부의 침대가 너무 높다며
이 시기의 아기는 낙상 사고가 많으니
침대까지 교체하라고 한 분이 맞으신가?
놀라서 택시를 타고 뛰어가기까지.
놀란 내 마음은 10분이 아닌 한 시간인 듯 했다.
"어머~ 빨리오셨네요."
아무일 없다는 듯.
그리고 내가 퇴근시간까지 맞춰 와 반갑다는 듯한 뉘앙스로 맞아주는 아이돌봄 선생님.
그리고 그 방에는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빨래가 곱게 개어져 있었다.
그동안 스쳐지나갔던 그녀의 모든 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내가 힘들어서 거짓말 하고 그만뒀잖아!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애가 지 엄마보다 날 더 좋아하는데 어찌나 좋던지..”
그렇게 말했던 그녀의 말들.
하아 – 이거였구나.
모든 시간의 흐름들이 정리된 순간.
그리고, 열흘정도 남은 시간.
그 시간안에 새로운 아이돌봄 선생님이 구해지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 순간에도 이유 없이 떨리는 내 몸의 흔적들.
엄마가 예민했던걸까.
무지한 선택의 결과였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