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평 안방의 울타리, 엄마는 왜 흔들렸나

아이를 위한 선택, 혹은 엄마를 위한 생존.

by 스윗

숨이 막힌다.

가슴이 조이다 못해 쥐어짜이는 고통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에

혼자 남결질 찰떡이가 먼저 떠올랐다.


이사 오기전부터 시작된 가슴 통증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린이집을 보내자고?”


너도 살고, 찰떡이도 살아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없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남편의 말은

현실적이어서 날 더 아프게했다.


찰떡이가

지친 엄마 얼굴을 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짧아도 괜찮으니

웃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낫다는 게 남편의 결론이었다.


나는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쪽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이렇게 빨리 커버리는데…”


아이의 예쁜 시간을

내가 다 누리지 못하는 것 같은 아쉬움과 안도감에

양가적인 마음이 날 흔들었다..


그때,

문센에서 본 엄마를 우연히 마주쳤다.

짧은 산책 길에

곧 어린이집에 보낼거라는 말을 들었다.


다들 그렇게 하는 걸까.

나만 유난을 떠는 걸까.


나보다 훨씬 젊은 엄마들도

친정도움을 받아도 힘들다는데

난 더 힘들 수 밖에 없지.


그렇게 나 스스로를 위안하며

어린이집에 신청서를 넣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인기 많은 시립어린이집은 당연히 탈락이었다.

이사오자마자 신청했던 아이돌봄서비스는

8개월 째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 무렵,

호흡과 가슴 통증은 더 심해졌고

병원에서 통증약만 겨우 받아오는 날들이 이어졌다.


병원 가는걸 싫어하는 나를 아는 남편은

이번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옆집도 가정 어린이집 보내는 것 같던데..”


아파트 아이들 대부분이 간다는 가정 어린이집.

따듯한 분위기와 친절한 선생님들 덕분인지

찰떡이가 집에 오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33평의 안방 하나에

아이 열두 명과 선생님 두 분이 지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더 젊었거나 체력이 더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를 위한 선택이

혹여나 나를 위한 선택이 되는게 아닐지.

또 다시 아이에게 좁은 울타리를 씌우는 건 아닌지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어린이집을 선택한 엄마들을 향한 반항이 아니다.

그저,

일방적인 이사로 이미 한 번 힘들어 한 내 아이에게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그때였다.

아이돌봄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전산 정비때 생긴 오류로 어머님이 2순위에서 8순위로 순서가 뒤로 밀렸네요

이번에 선생님이 매치되어서 연락드렸어요. “


이 지역은

아이돌봄 매치가 어렵다더니.

전산 오류라는 이유로

난 이사온지 8개월이 지나서야 아이돌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아이돌봄 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어느 날 갑자기

순위에서 밀려 매치가 안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8개월 동안 내가 겪었던 고통은

그들에겐 “전산 오류” 네글자로 쉽게 끝났다.


그 사실이 나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분이 오셨다.


어린이집 원장 경력이 있다는 선생님은

낯가림이 시작된 찰떡이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제가 이 동네에서
아이돌밤만 10년을 했어요.
팀장님도 저에게 의지할 정도예요. 호호”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찰떡이는 아이돌봄 선생님 품에서 책을 읽고

집에 가지말라며 옷자락을 붙잡고 울먹였다.


엄마의 마음이

너무 쉽게 기울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난 아이돌봄의 가장 큰 리스크를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유치원 원장님 경력을 가진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한 달 만에 이별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공백은

나와 찰떡이에게 더 큰 상실감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대체 선생님마저 빨리 구해지지 않던 그 시간들.

이제 막 서고 걷고 싶어 하는 아기에게

무릎이 아파 앉아만 계셔야 하는

70넘으신 아이돌봄 선생님만 연계될 뿐이었으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이번 선택은

내 아이가 덜 아프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신중히 결정해야 했다.


엄마인 나는,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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