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출발. 이사
딩동- 딩동-
아침 일찍부터 바쁘게 벨이 울린다.
“이삿짐센터 입니다!”
우리의 새 보금자리로 떠나는 날.
바로 오늘이다.
복도에서부터 울리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찰떡이가 놀랄까 싶어
미리 이야기해 둔 작은 방으로 아이를 안고 들어갔다.
그랬다.
쉽지 않지만,
우린 이사 결정을 했다.
출퇴근이 힘든 남편을 위한다는 핑계로 말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힘든 상황은 늘 한 번에 몰려오던가.
그때도 그랬다.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순간에
우리는 이사라는 선택을 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도 새로운 곳에서의 새 시작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나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나는 나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우리의 이사는 순식간에 진행이 되었다.
우리 집과 이사 갈 집 모두 계약이 빨라 안심되었다.
다만, 그 이후의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었을 뿐.
아직 어린 찰떡이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게
큰 후회로 밀려올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오직,
새로 이사갈 공간에서의
즐거운 상상만 하려고 노력하던 시간들이었다.
아파트 옆에는 큰 공원이 있어서
찰떡이와 나의 하루를 여유롭게 채워 줄 것만 같았고
조용한 신도시라는 특징이
아기를 키우기 좋은 장소라고 날 위로했다.
이삿짐 차가 떠나려는 순간.
우리 부부는 찰떡이를 안고
동네 마지막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늘 이사가신다면서요?
인사하고 싶어 왔는데, 얼굴 보게되어 다행이예요."
씁쓸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던 걸까.
라는 마음으로 채워진
마지막 산책길에서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인사가 내 마음을 채워주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관계라는게 씁쓸해지고 여운이 남던 순간이었다.
친정 동생처럼 지냈던
그 엄마는 우리가 이사한 후
새해 인사 카톡 하나가 다였으니 말이다.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은
아기 케어하느라 점심도 못 먹었을까 봐 걱정된다며
카페 시그니처 음료와 손수 김밥까지 포장해 안겨주셨다.
차안에서 따듯한 김밥 봉지를 들고 가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 느낌이었다.
멀어진 친정 엄마의 손을 잡은 느낌이랄까?
그랬다.
내가 그 동네에서 사는 동안
그녀는 내게 친구이자 친정엄마 같은 존재였다.
어쩌다 지쳐 카페에 들리는 순간
잠시 쉬라며 아기를 안아주시던 분이 아니셨는가.
복잡한 생각으로 도착한 우리집.
아직 어린 찰떡이를 위해 우린 근처의 홈스테이를 1박 했고
다음날 우리집 안으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외각에 있는 아파트지만
전에 살던집보다 더 넓고 복도가 있어
아이와 웃으며 하루를 보낼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하지만,
우리의 상상은 한순간에 산산이 무너졌다.
“엄마가 우리 이사간다고 했지?”
“여기가 이제 우리집이야.”
입구에서부터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찰떡이는
나의 말을 듣자 현관으로 기어가는게 아닌가.
"이것봐!
찰떡이 장난감, 책. 식탁 다 여기있잖아."
말이 끝나자 마자 무섭게 쏟아지는 찰떡이의 매서운 울음소리.
오직 현관문만을 가리키며 나가자고만 하는 아이였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쉽게 버틸 수 있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내 아기에게는 아니었다.
어른들의 상황만 생각했던 선택들은
내 아기에게는 잔인한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힘든 시간을 알리는 두 번째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