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밀던 그 봄날, 왜 눈물이 났을까
"장모님 왜 벌써 가셨어?"
눈치 없는 남편의 말이 가슴을 판다.
괜찮다.
꺼내고 싶지않은 마음이었다.
혼자 유모차를 밀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찰떡이가 있잖아."
허덕이는 마음과 달리
다른 말을 내뱉으며 나선 산책길이었다.
늘 엄마와 둘이서만 보내는 찰떡이의 하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팠던 나는
늘 말도 못하는 아기에게 말을 건네기 바빴다.
"찰떡아! 저 건물좀 봐.
햇살에 반짝이는게 너무 아름답지?
바람이 부네.
나뭇잎이 간질 간질.. 니가 와서 반갑다고 인사하나봐."
하루종일 혼자서 조잘조잘 대는 난
눈으로는 카페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또 다른 엄마들에게 시선이 갔다.
낯선 얼굴이 보인다.
옆동 그 엄마였다.
같이 손을 잡고 이겨내던 그 엄마는
아이를 맡아 줄 친정아버지가 오셨고,
곧이어 어린이집에 보냈다.
자유의 몸이 된 그 엄마는
나와 다르게 생기가 돌았다.
나보다 뭐든지 빨랐던 그 엄마는
내 아이의 감정마저 쉽게 읽어냈다.
"언니.
인이 기저귀 봐줘봐요.
불편한 것 같아."
엄마인 나는 모르는 것을 그녀는 빨리 읽어냈다.
매섭게 울어재끼는 찰떡이의 울음이 가라앉는걸 보면서
내가 둔한걸까?
그녀가 경산맘이라 모든게 빠른걸까? 그런걸까?
육아가 서툰 내가
모든게 부족한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런 쓴 마음을 뒤로 한채 유모차를 미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불러세웠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아우~ 찰떡이 많이 컸네?
저 필라테스 수업이 늦어서요. 다음에 뵈요~"
하루가 멀다하고 함께한 시간들은
어느새 스치듯 한 안부 인사로 끝이 났다.
그 뒤로도 그 엄마와의 만남은
가끔 아파트 입구에서 스치는 정도였다.
유모차를 끌고 힘겹게 걷는 내 발걸음과 달리
그 엄마는 지인들과 브런치를 먹으며 즐기는 봄을
난 쓸쓸히 마주할 뿐이었다.
내가 선택한 건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건지..
나에게 찾아온 봄이 낯설었다.
봄이 이렇게나 슬픈 계절이었나?
마음이 공허하게 울린다.
아무일도 없이...
언제부턴가 눈물이 그냥 흘러내렸다.
가슴이 쿵! 쿵! 무너질것처럼 울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한 내 심장은
언제부턴가 쥐어 짜는 듯한 통증으로까지 와 닿았다.
그렇게 난 가슴을 부여잡다가
숨을 크게 내쉬어 보았다가.
그러다가도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갈수록 커지는 신체적 통증과 눈물이었다.
검색창에
"가슴 통증, 숨 막힘, 눈물"을 입력하자,
"공황장애"라는 낯선 이름을 내밀었다.
아무일도 없었는데
왜?
왜 나한테?
이런게 나한테 왜 온거지?
더 애닮고 슬퍼지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신체적 고통에
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1시간 넘는 상담에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병원도,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조여오면서,
숨이 더 막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