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유모차 대신 운전대를 잡았다.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by 스윗

밤 12시,

잠든 아이를 두고

나는 몇 년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오랜만에 잡은 운전대는

쉴 새 없이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지만

운전은 내 변화의 첫 시작이었다.




연수를 받을 상황이 안된 나는

매서운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첫날은 아파트 주위만 맴돌지만

곧 문화센터가 있는 마트도 도전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운전 실력에 흥이 났고

몇 년을 쉬웠던 운전인데 신기하게도 손이 기억하는 듯했다.


자동차 없이는 이동이 쉽진 않은 이곳.

유모차를 끌고 왕복 한 시간 이상 다녔던 거리를

왕복 15분이면 가능했던 경험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웠다.




호기심 많은 인이와 같이 다닐 많은 곳들을 상상하며,

시동을 걸었다.

몇 년 만에,

내가 나를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이야
엄마 운전 다시 할 거야.
엄마랑 인이 좋아하는 물고기 보러 갈까?"
"와~
인이 물고기 좋아해.
큰 물고기도 이떠?"


신호등이 바뀌기 전에,

인이가 창밖을 먼저 봤다.

"우와~ 짜동차가 무띠 많아.
엄마 운전 짤한따."

인이는

아기 참새처럼 쉬지 않고 조잘조잘거렸다.


"인이야~
창밖에 구름 봐.
마치 솜사탕 같아.
쇽- 쇽-
달콤해"
"우와-
살살 녹아- 진따 마시떠.
구름솜사탕 마시따."


그 무렵 우리에겐 새 친구도 생겼다.

일주일에 딱 한번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인이 친구는

성별도 개월수도 같은 데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던 나었지만,

내심

"이번엔 신중하자"

라고 되뇌었다.


반년 전,

낯선 곳에서의 시간들이 외로워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에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주었던 나였다.


아이의 스트레스는

그 친구와 함께 간 모든 곳을 거부할 정도였다.

"인이야~
여기에는 별이는 없어.
오늘은 엄마랑만 둘이 놀 거야.

우리 신나게 놀자"


다른 교육관을 가진 엄마들.

그 사이에서

난 외로움이 아닌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거였다.


누군가는 말했다.

"아이의 발달과 사회성을 위해선 어린이집에 보내야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그 누구도 아직 모르는 거다.


난, 아직 20개월의 아이에게

돌아오지 않을 엄마하고의 시간을 채워 주는 것.

을 선택했을 뿐이다.


백미러에 아이 얼굴이 보였다.

기대에 찬 아이의 얼굴에

시선을 주며 시동을 걸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었다.


그날 이후,

나는 행복의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19화그날 새벽, 엄마는 선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