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택은 늘 시험대에 오른다.
아이보다 힘든 건,
엄마가 항상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늘 평온해 보이는 다른 이들의 온도 속에서
가끔씩 불안해했던 난
놀이터에서 처음으로 안심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예나 놀이터 나왔구나~
귀여워라."
매일 들리는 놀이터에 낯선 얼굴과 낯선 목소리가 보인다.
같은 아파트 그 엄마다.
매주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그 엄마는
늘 미소 띤 얼굴에 친절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게 편했고 좋아 보였다.
"인이 인이~
예나 예나~"
혀 짧은 소리로 서로를 가리키는 모습이 다였고
아직은 각자 노는 두 아이였지만.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워서
"가끔이라도 이렇게 놀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공통점이 발견되는 신기함까지.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지만
가정보육을 하고 있다는 그 엄마는
지인들에게 "너무 유난히 애 키운다"라는 말에
힘들었다 했고
나는 ㄱ내 이야기같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대신할 거 아니면 말하지 마"
"내 아내가 결정할 몫이야."라고 말했다는
그 엄마 남편의 멘트는 멋지게 들리기까지 했다.
"아이를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야지"를
수없이 들었던 난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를 지지해 주는
동지처럼 느낀 걸까.
우리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만 해왔던 것 같은 끊임없는 선택과 버팀이,
오롯이 나만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점점 단단해지는 나와 같이
20개월이 넘어선 나의 아이는
매일매일 놀이터에 데리고 나 간 덕분인지
걸음걸이부터 뛰는 것까지 많이 늘었다.
제법 높은 미끄럼틀도 혼자 내려오는 걸 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도 가누지 못해 누워있던 아기 맞나 싶었다.
"인이 그네 또 탈 거야?
조심조심 위로 가자."
"예나야
친구가 먼저 타고 있잖아.
차례차례 타야지"
번쩍 들어 예나를 들어 올리는 손길이 눈에 더 들어왔다.
몇 개월 전 문화센터에서
씻지도 않은 손을 인이 입에 넣고 장난치는 한 아이를 겪은 뒤
감기가 뭔지도 모르던 인이는 크룹에 걸려 입원까지 했고
그날 이후로 늘 감기와 씨름하는 인이를 보며
나는 내 선택을 자주 후회했다.
하지만,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뛰기까지
우유병 타는 것도 쉽지 않은 엄마였던 난
아이의 눈빛만 봐도 뭐가 불편한 건지 알게 될 만큼 엄마가 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며 단단해진 건 아이만이 아니라,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