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과거의 나를 만나는 순간.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과거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벌써 가게?"
아침부터 서두르는 모습에
섭섭한 마음은 뒤로하고
한마디 툭 건넸다.
"막내가 맛있는 거 사준대."
아장아장 걷는 손녀를 뒤로한 채,
허기지다며
순댓국집으로 들어가 버린
나의 부모였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이가 말을 잘하면 잘할수록,
왜 나의 엄마가 되어 가는 걸까.
"인이는 엄마 따당해."
겨우 단어만 읊조리던 아이가
문장을 하더니
제법 단어 서너 개를 붙여 말한다.
기특함과 고집이 함께 자랐다.
이유도 모른 채
아이의 울음소리를
한 시간 넘게 듣고 있다.
이제는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럴 리 없다는 듯
또 다른 미션이 찾아온다.
이날도 그랬다.
머리가 멍해졌다.
울음이 소음처럼 느껴지는 순간,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직 아기야.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마음대로 안 되니,
힘들겠지.
답답하겠지.
이리저리 채이는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버티던 때,
매섭게 울어재끼던 인이가 울음을 멈췄다.
쭈뼛쭈뼛 말을 한다.
"엄마, 빠지 입을꼬야."
엄마가 들어줄 것 같진 않고,
하고 싶지만
더 울 힘도 남지 않았겠지.
순한 듯 고집 센 나의 아이.
유난히 자기주장 강한 내 아이.
누굴 닮았겠어.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거리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사랑스러운 모습도 안 보고 가다니.
아쉽지 않은 배웅을 하고 산책을 나섰다.
유모차를 밀며 걷는 이 길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아직은 쓸쓸한 마음이 든다.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장면이
툭 튀어 오른다.
힘들게 도착한 문화센터.
수업이 끝난 뒤 조용히 아이를 안고 나왔다.
"아유, 우리 예나 오늘도 잘했어?
할미가 보고 싶었어~"
외할머니의 꿀 떨어지는 시선을 받으며 안기는 그 집 아이를 보고,
괜스레 나의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왜 미안해하냐고,
그건 결핍의 흔적이라고.
"넌 왜 늘 미안해.
난 네가 내 엄마면 좋겠어.
혼자서 아등바등
가정보육에 일까지 하며
삼시세끼 해 먹이는 엄마,
쉬운 거 아니야.
넌 애가 우유를 쏟고 장난쳐도 화내지 않잖아."
그러게.
엄마라면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일은
막상 뼈까지 갈아 넣는 아픔이었다.
"쳇, 그까짓 거.
어차피 해야 한다면 해야지.
즐겨야지.
난 엄마 아닌가."
그런데,
그건 모두 착각이었다.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느낀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나의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이유 없이 미안해하며
오늘을 버티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