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건, 내 아이가 아니라 나의 과거였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자주 떠오른 얼굴은
아이가 아니라 나의 엄마였다.
그런 나의 엄마가 왔다.
"인이 어떻게 크는지 궁금도 하고,
난 힘들게 갔는데
문도 안 열어주니 속상했지.
내가 무릎이 안 좋아."
인이와 다니며
늘 내 시선이 머무르던 곳은
친정엄마와 함께한 다른 엄마들이었다.
아이를 안은 엄마의 손으로 어린이가 된 듯
투정 부리는 모습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늘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는 거다.
왜?
왜!
수없이 마음속에서 외치는 말.
풀리지 않는,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에
가끔은 호르몬을 핑계로
실컷 울어보기도 했다.
"아우~ 그새 많이 컸네.
제법 인물이 난다."
"인이야~ 나 누군지 알아?
할머니야~ 할머니."
"아유~ 곧 뛰어다니겠다."
인이를 위한
장난감과 옷들이 꺼내지는 순간
나를 위한 것보다
기분이 설레지는 순간이었다.
기분이 좋아 배시시 웃으며
"할미, 할비" 부르며 안기는 인이를 보며
이래서 핏줄이라 그러나 싶었다.
"나도 그땐 뭘 알았나.
너 미술이랑 무용 못 시킨 건 너무 후회되더라.
동생보다 계산을 못하니
그냥 주산학원 같은 데만 보냈지."
이제는 감흥 없는 말을 뒤로하고
인이를 재웠다.
어두운 거실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열었다.
"너 맥주 마셔?
술도 못하는 게.
왜 불은 꺼놓고 그래."
익숙하지 않은 딸의 모습에
자주 싸우며 상처를 주고받는 친정엄마 눈빛이 근심 서렸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넘기기도 전에
"응애--"
인이다.
앙칼진 울음소리에
얼른 달려가 안았다.
오늘은 한 시간 이상이 걸리려나보다.
아이를 안고 밤공기를 마시러 나갔다.
친정 엄마와 조용히 걸으며
내 아기를 소중히 안고 가던 나는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무거우면서도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내가 자랄 때 혼자였던 나를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에 난 혼자였지만
지금 난 내 아이 손을 잡고 있다.
따듯한 온기를 채워주는 엄마이지만
순간의 찰나.
난 언제나 엄마의 남편이 된다는 걸 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나는 전과 달랐다.
울기만 하는,
후회만 하는 엄마가 아닌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