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엄마가 될 줄은 몰랐다.

우리가 주문한 건, 보상이었다.

by 스윗

내가 이런 엄마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침이라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오늘도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

이상하리만치

예전에 힘들었던 직장으로 출근할 때와 비슷한 아침의 결이다.


내 옆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고 있는데 말이다.




나의 변화는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 낮잠을 하루에 한 번 자는 아이는

늦게 일어난 만큼 낮잠도 늦게 잤다.

어떤 날은 3시간 내내 자는데도 난 깨우지를 못했다.

“깨워야 하는데..” 속으로만 되뇌며

시계만 봤다.

5분만, 10분만 더!


아이의 칭얼거림에 조급함 없이 일어난 나는

아기를 안으며

사랑스러움과 미안함 두 가지 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요즘 왜 이러는 걸까?




“불안장애 +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남편에게 말하고 며칠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은 뜬구름 같았다.


아이를 위해 선택한 약은

이상하게 더 무력해졌다.

아이를 보며 손가락 하나, 눈꺼풀조차 들어 올릴 힘이 없어,

박제된 풍경처럼 벽에 기대어 아이를 눈으로만 보았다.


“내 아이”

하루 종일 혼자 노는 아인이가 처량해 보여

힘을 내다가도 무너지는 내 모습에

더 지쳐가는 것도 같았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커튼 사이 햇살처럼 방 안을 채웠지만,

나는 그 빛을 받아낼 힘조차 없어

어둠 속에 박제된 채 벽에 기댔다.




“으왕”

아인이다.

눈앞에서 아이가 넘어지는 걸 보면서도

내 몸은 반응하지 못한 채 눈으로만 봤다.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찢고 나서야

마비되었던 나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더 이상은 안된다!

난 약을 끊었다.


엄마가 주는 힘이 이런 거였을까?

아이의 아픔에 울부짖은 소리에

몇 개월의 무기력함이

한 달간 먹었던 약이 무색할 만큼 한 순간에 좋아졌다.


그리고 현실을 인정했다.

가정보육은

내 상황과 체력에 아이만 힘들게 하는 일일 거다.



“그 정도 했으면 훌륭한 엄마야.
당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반찬을 사 먹이더라도 웃는 엄마가 아인이한테 좋아”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동동거려서였을까?

아이가 자고 나면 내일은 뭐 하고 놀지.

고민하던 나는 무기력하게 소파에 늘어져 멍하게 있거나

먹고 싶지 않은 야식을 먹으며 생각 없이 tv를 보았다.


언제부턴가 일상이 되어버린 야식.

먹고 싶은 것도 아닌

배고픈 것도 아닌데

우리는 오늘 하루 보상받지 못한 마음을 채우듯

나와 남편은

치킨 시킬까? 피자?

의미 없는 주문을 늘 하고 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야식이 아니라,

오늘 하루 한 조각도 챙기지 못한 '나를 위한 보상'이었다.

씹어 삼키는 것은 치킨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허기진 마음이었다.


그리곤

혹시 몰라 어린이집 신청을 해놨던지라

기대를 하며 하루를 보내야지 했다.


아인이가 말을 잘하니까.

그리고 친구를 찾으니까

“지금은 보내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해.”

나를 위로하듯이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가정보육!

누굴 위한 거였을까?

나? 아인이?

아마도 아인이를 위한 포장으로

나를 위한 거였겠지.


그래도 하나는 확실했다.

아이를 끝없이 사랑하는 마음.

아이를 지켜주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오늘도 나를 위로해 주었다.


가정보육을 내려놓은 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그날 이후,

아이를 힘들게 만드는 선택은

아무리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아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나는 알았다.


엄마로서 잘 버티는 것보다,

이제는 잘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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