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다
아이와 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자전거를 각각 끌고 천변으로 향한다.
가벼운 도시락과 간식거리들을 챙겨서
좋은 장소가 나오면 우리는 후후 의자를 털고 털썩 앉아서 싸 온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꺼내어 먹는다.
아이랑 이야기하며 밖에서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아이는 도시락을 먹는 내내
"우와~~ 행복해"라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더 행복해진다.
하늘을 봤다.
높고 넓고 푸르른 하늘을 보자니 행복감과 감사함이 밀려온다.
집 안에만 있으면 모르는 순간들
보통의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꿈에 그리는 날들 일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바람이 내 거 같다
바람을 맘껏 느끼며 달린다.
들에 핀 예쁜 꽃들이 내 정원 같다.
알록달록 자연이 만들어 놓은 예쁜 공간을
내 시간 내 힘들이지 않고 마음껏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렇게 꽃 감상을 하며 오던 중에
저 멀리 다정해 보이는 모녀사이로 보이는 분들을 보게 되었다.
딸인 거 같은 분은 엄마로 보이는 어른의 손을 따뜻하게 꼭 잡고 꽃들에게 다가간다.
"꽃들이 진짜 너무 예쁘다~"라고 하신다.
엄마로 보이는 분은
꽃을 보는 대신
조심히 손끝으로 만져보시며
"어머나~작고 예쁘다~"하신다.
나 방금 볼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며
달려왔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엄마~~~!! 얼른 와요~~"
앞서 가던 아이가 부른다.
"응~~ 얼른 갈게~~~"
나는 또르르 내려올 듯 말 듯 한 물방울을 소매 끝으로 누르고 바람을 따라서 페달을 굴렸다.
참 잘했다.
자전거를 배우길..
어린 시절 나는 참 겁이 많았다.
지금도 겁이 많지만 아이들을 낳고 엄마가 되니 조금은 겁에서 멀어지는 거 같다.
내가 어린 시절 엄마가 자전거를 배우며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다칠까 봐 펑펑 울며 타지 말라고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자전거는 나랑 멀어졌고
다칠까 봐 겁 많은 나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그러다 20대가 되어
짧지만 일본에서의 생활동안 필요에 의해 자전거를 타야 했고 그래서 작은 5만 원짜리 중고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질수록
내 세상이 넓어진다.
자전거 하나로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
싶을 수 있지만
자전거를 못 타고 무서웠던 나는
쌩쌩 자전거를 타고 앞을 달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일들을 찾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멀리만 있어서 잡히지 않을 거 같던 행복이 나한테 무수히 많이 온다.
달리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아이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있어서 담는다.
오늘도 아이와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리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