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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냐 갱년기냐 다시 시작

마음속 다짐_오늘도 꽃처럼 예쁜 하루이기

by 스윗나나


사춘기냐 갱년기냐


아이의 기말고사 첫날.

시험을 보고 온 아이는 생각했던 것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며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하다.


뭐지;;;몇 달 전 중간고사 보고 온 날이 다시 떠오른다.


중간고사를 망쳤다며 기말은 꼭 열심히 준비한다더니 2~3일은 공부하나 싶었으나

이내 다시 원래대로 공부보다는 놀기에 바쁜 아이..


보는 내내 답답한 마음에

"시험 한 달 전부터 벼락치기보다 꾸준히 해나가면 점수도 잘 나올 거라고.. 공부해야 하지 않겠니?"

몇 번 이야기했지만 잔소리로 들을 뿐

본인이 느끼고 절실하지 않으면 시켜도 안 하니

내 입만 아플 뿐,

마이 컸다..


어릴 때부터 참 달랐던 나의 성향과 아주 가끔은 너무 닮은 내 성향의 모습이 나오는 아이와 참 많이도 투닥투닥했다.


평소에도 아이의 짜증 섞인 말을..

나는 받아주기보다는 왜 저럴까 왜 그쪽의 저런 모습을 닮았을까 하면서 혼자 답답했다.


온갖 육아서와 영상을 봐도 볼 때뿐이고

머리로는 아는데 행동으로는 그 상황에 엄마인 내가 다정하게 되지 않으니 나 또한 나를 보며 답답했다.




오늘 또 이런다.


시험을 봤으면 봤지

집에 와서 왜 짜증과 성질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생각만큼 성적 안 나와서 많이 속상했구나"라는 말대신 그 상황에는

덩달아 나도 짜증 내고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그러니까 평소에 공부했어야지

열심히 했어야지!!"라며

말하는 중에도

언성이 높아지고 화가 올라온다.

평소의 모습이 생각 나서다.

"했어!! 공부!" 이러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학원을 보내준다고 해도 안 간다,

인강으로 매일 학습하라고 해도 틀어놓고 누워서 보는 마는 하던 모습들.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 건지

그래도 계속 이야기해 줘야 하는 건지 참으로 어렵다. 가면 갈수록 육아는.


답답함에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을 지키기도.. 아이의 마음을 지키기도 힘들 거 같아서 곱고 다정한 말을 내놓을 수 없으니 무작정 택시를 잡고 카페로 왔다.


평소 마시던 씁쓸한 아메리카노가 아닌 오늘은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않는

초코가 씹히는 초코칩이 들어간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글로 속마음을 내어본다.

글을 쓰며 달달한 프라푸치노를 빨대 깊이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자꾸 내놓는다.

초코칩 음료 맛있다.

번의 한숨들 옆 테이블에 들리겠다.

옆테이블은 회사 동료 이야기에 한창이다.


다시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초코칩을 씹는다.

이번에도 맛있다.


갑자기 생각났다.

우연히 백지연 아나운서님의 영상을 봤었는데

60이 되어 40~50대에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행동해야 할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중에 나랑 잘 놀기 혼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취미와 운동을 가지라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들 때쯤에도 취미로 잘할 수 있는 일과 근육이 있는 할머니가 되기 위해 운동.


아이에게 미운 말을 하지 않으려고 잠시 거리를 두려고 나온 이 시간에도 나를 위한 나를 찾는 시간이라 한 박자 쉰다.

마음이 동글동글 말랑말랑 해진다.


20~30대만 해도 카페 혼자 가고 밥 먹으러 혼자 가는 걸 즐겨하지 않았는데..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나도 바뀐다.


너의 감정들을 잘 보듬어주고 다독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

좋은 엄마 잘하는 엄마 되려고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 쓰지 말고

그냥 내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로 기억되는 게 좋다.


신기하다.

주문하고 나서 글을 쓰기 전 마셨던 프라푸치노는 적당한 달콤함에 너무 맛있었는데

글을 쓰고 나서 마시는 프라푸치노는 혀 전체와 입안 가득 설탕 한 봉지를 머금은 듯 심하게 달아서 입에서 위에서 거부한다.


같은 프라푸치노인데 내 감정이 힘들 때와 다스려졌을 때의 맛은 너무도 다르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도 그런 거 같다.

내 감정을 잘 다스렸을 때 나오는 말과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찼을 때 나오는 말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카톡"

카톡이 왔다.

남편이다.

나오기 전 일찍 들어온다던 남편에게 전화했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같이 있으면 자꾸 잔소리하게 될 거 같아"라고 말하며.

나보다 더 잔소리가 심한 남편은 <나 잔소리하게 생겨서 나가야겠어 잠깐>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으이그 역시나~아이와 남편만 둘이 있으면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적중이다.

내가 그러면 남편이라도 보듬어 주면 좋으련만 나보다 더 그러니..

난 이제 감정정리하고 나니 남편의 이 문자에 갑자기 아이가 짠해진다.

잔소리 폭탄 엄마아빠를 둔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

들어갈 때 허니버터과자 사가서 안아줘야지.


글을 쓰고 나니 옆 테이블에 50~60대로 보이는 엄마와 30~40대로 보이는 딸이 앉았다. (더 젊으실 수도 더 나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친구 같은 엄마와 딸

수다삼매경이다.

들으려고 한건 아니지만 들린다.


보기가 좋다.


사춘기가 돼서 딸이랑 같이 대화하는 시간이 줄었다.

수다쟁이었던 딸은 말이 줄어간다.

커가는 과정이라 한다. 학교얘기 공부얘기 말고 다른 주제로 대화의 문고를 터야겠다.



아이의 사춘기와 내 갱년기 생생 육아는

글과 계속 함께 할거 같다.

브런치스토리가 없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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