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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Jan 30. 2023

물음표가 마침표가 되는 세 글자

근래 들어 아이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괜찮아 엄마?"와

"괜찮아 엄마~"인데요.


이사를 연달아하게 되어 두 달가량 유치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게 되었어요. 덕분에 이따금 차를 타거나 종종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우리입니다.


도착역에 내려 높은 계단을 바라보면 우째 임산부는 뒷짐을 지며 호흡을 먼저 고르게 됩니다. 그러면 한껏 신나게 앞서가던 아이가 뒤돌아 와서 말합니다.


"괜찮아 엄마?"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한마디에 힘이 나서 으쌰으쌰 계단을 오르게 됩니다. "괜찮아?" 하는 물음표가 "응 괜찮아." 마침표로 스르 변신하거든요.


선물 받은 새 옷을 입히고 간식을 먹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아이의 밝은 옷에 소스가 묻었습니다. 내면의 평화를 지켜보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어쩌면 좋아!" 하며 높아진 언성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엄마입니다. 그럴 때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가 말합니다.


"괜찮아 엄마~ 닦으면 되지~"


'으잉? 닦으면 된다고?'


그런데 순간, 마법처럼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그제야 수많은 육아서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그래. 이게 뭐라고. 응 알았어. 물티슈로 쓱쓱 응급처치를 해버리 맙니다. 옷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지 하면서요. 괜찮다고 말해주니 이상하게참 괜찮아집니다.


매일 할머니집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이는 할머니와 노는 것을 참 좋아해요. 주일인 오늘 찾아뵙고는 불러온 배에 저는 잠시 감사히 안방에 누워있었는데요. 한참 동안 거실에서 할머니와 풍선 놀이를 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할머니 괜찮아~?"


아무래도 힘에 조금 부처보이셨는가 봅니다. 순간 어머님의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으응. 괜찮아.."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훅 세 글자가 품에 들어왔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스르르 치유받는 듯한 마음을 저도 느껴보았으니까요..^^


사람이 어찌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달라지고 나아지겠냐마는 정말이지 신기하게 괜찮냐는 세 글자는 곧바로 물음표가 마침표로 변화하는 마법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괜찮으세요?

여기까지 궁금한 점 없으신가요?

이야기 속도는 괜찮으세요?

몸은 좀 괜찮아?

어때? 맛은 좀 괜찮아?


배려와 사랑은 작은 한마디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배워갑니다.


긴 글... 괜찮으셨나요?


함께 읽어주셔서 오늘도 감사드립니다~^ㅡ^**


바둑판에서 열심히 하는 게임은 알까기 랍니다^^ hehe 오늘도 행복가득한 하루 보내셔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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