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와 목이 아픈 날이었다.
팔까지 저려와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싶었다.
문득 집 앞 상가에서 보았던 건강안마센터가 생각났다.
나라에서 공인된 시각장애인들이 수기 마사지를 해주는 곳이다.
무작정 달려가서 자리를 안내받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자 한 분이 들어오셨다.
비몽사몽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온몸을 꾹꾹 눌러주시는데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진짜 아파요. 윽!"
"여기 많이 아프시죠?"
"네! 진짜 너무 아파요. 흑흑"
엄살에도 아랑곳 않고 진중히 어루만져주시니
놀랍게도 조금씩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 만져주신 곳은 확실히 다음번엔 거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장 아팠던 어깨와 목을 풀고
다리에 이어 발을 만져주시려 했다.
그때 얼른 이야기했다.
"발이 거칠어요. 죄송해요."
"아이고 아니에요. 편하게 계세요."
내 발은 거칠고 못생겼다.
뾰족구두를 오래 신어서 굳은 살도 많다.
"발레 했나 싶었어요."
"그 정도예요? 에이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예뻐진 거예요.
몇 년 동안 운동화 신었더니 그래도 이제 사람 발 되었어요."
그녀는 내 왼쪽 발 어딘가를 만지더니,
"여기 접질린 적이 있었나요?"
하고 물었다.
아.
너무 오래되어 잊고 있었는데,
거의 10년 전에 왼쪽 발을 접질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구두를 신고 촬영하다 발목을 삐었는데
바쁘다며 신경도 안 쓰고 한동안 절뚝거리며 그냥 다녔던 것이다.
"발이 고생 많이 했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살아가면서 나를 위해 애써준 녀석인데
고생했다고 제대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만져주시는 발이 아프기도 하고
눈물이 양쪽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갔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몇십 분을 울었다.
가슴팍만 위아래로 흔들어대며
알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을 흘려보냈다.
"제가 잘못한 게 많네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고생 많았고 지금 너무 잘 살고 있는데요."
얼마 전 클럽하우스에서
[봄이 '보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라는 방 제목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기주 작가님이 진행하시는 방이었는데
그곳에서 한 시각장애인 분으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은 우리가 못 본다고 생각하지만
만져-보다, 맡아-보다, 먹어-보다, 느껴-보다 등 많은 감각들도 결국은 '보는' 것이에요."
'아. 이날 이분도 나를 만져-보아 주신 거구나.' 싶었다.
심지어 그녀는 나도 못 보던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상대방을 보지만
정작 마음은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어쩌면 눈을 감고 오롯이 바라보았을 때
진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