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 일주일에 한 번 씩 지하철을 타고 멀리 국어 학원에 다녔다.
당시 다니는 학원이 그거 하나였고 워낙 먼 거리여서
국어 학원에 가는 건 나에게 중요한 일정이었다.
한 시간 반 전쯤 여유 있게 출발한 나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는 쌩쌩 거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다친 날개 한쪽을 질질 끌며
빨간불인지 초록 불인 지도 모른 채 앞만 보며 걷고 있었다.
차들은 워낙 빠르게 달렸고
비둘기는 느릿느릿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었다.
한 번 씩 차들이 횡단보도를 가로지를 때마다
사람들은 다 같이 소리쳤다.
"으아!"
"악!"
모두가 한마음으로 비둘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위험했던 위기가 두어 번 지나가고
드디어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그때쯤 비둘기도 인도에 도착했다.
'초록불이다!'
나는 전속력으로 비둘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충격받았다.
당연히 같이 비둘기를 애워쌀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우선 계속 비둘기를 따라갔다.
비둘기는 한 횟집 앞 에어컨 실외기 뒤쪽으로 들어갔다.
'나와! 빨리!'
손짓을 하다 보니 비둘기가 몸의 방향을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실외기 앞에서 동동거리다 나도 같이 쭈그리고 앉았다.
시계를 보니 여기서 더 오래 있다가는 학원에 늦을 것 같았다.
마침 건너편에 소방서가 있어서 119에 전화했다.
바로 앞에 보이는 횟집 에어컨에 날개 다친 비둘기가 있으니 꺼내어 치료해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지금 사람 구하기에 바쁘다며
학생이 걱정이 많이 되거들랑
직접 안고 동물 병원에 가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비둘기를 보니 눈물이 났다.
비둘기를 안고 동물 병원에 갈 용기도 없고
더 늦으면 학원은 지각이고
비둘기는 구석에서 나올 생각도 안 하고
횟집 앞에서 갑자기 나는 울어버렸다.
주인이 나오더니 이 앞에서 뭐 하는 거냐고 했다.
당장 저쪽으로 가라고 했다.
다친 비둘기가 여기에 있다는 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는 서둘러 지하철을 탔다.
국어 학원에 늦지 않았고 수업도 잘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
도움이 안 될 거면 따라가지나 말 걸.
차라리 갈 길 가던 사람들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