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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하고 계십니다
by
이윤지
May 21. 2021
오늘의 제목은 다소 강한 편입니다.
"느닷없이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한다니,
너무 영혼 없는 칭찬 아늽니까"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
립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임하고 계신 일에 대하여
분명 저보다 말씀을 잘하신다고 말입니다.
어떠한 발표를 앞두고 긴장이 될 때
오늘 발표할 내용에 대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은 불안감을 극복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해당 내용에 대한
전문성
과
진정성
이 있는 한
아나운서보다 더 말을 잘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말을 잘한다
고 할까요?
단순히 정확한 발음과
세련된 발성
만으로 말을 잘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발음과 발성이 기준이 된다면 AI 아나운서를 이기리란
쉽
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양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
신체적인 한계
가 있는 인간은 목이 쉬어 버리고 말 테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AI를 보며 "말 참 잘한다!"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
너 말 참
잘한다!" 이야기를 해줄까요?
단순히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내 마음을 움직였을 때
"이야. 너 말 잘한다!" 합니다.
이렇게
어떤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 경우 말을 잘한다고 한다면
상황에 따라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달라질
것
입니다.
상품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판매자에게 말을 잘한다고
할
것이며
강의를 할 때는 학생들의 성적을 오르게 하는 선생님에게 말씀을 참 잘 한다고
할
것입니다.
경쟁 PT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는
내로라하는
말 잘하는 사람들
이 여럿 모이지만
결국 성공적인 입찰로 이끄는 사람
에
게 가장 많은 박수를
보
냅니다.
즉,
목적 달성
을 가장 잘 한 사람이
궁극적으로는 말을 잘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10년부터 말하기 수업을 진행하고 2012년부터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시작하였는데요.
말을
잘하는
방법으로써 발성, 발음, 제스처 등을 전해드리던 첫 번째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과연 말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강의 당일, 말의 전달력을 높여주는 기법들을 전해드린 후 마치기 전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러분 제가 오늘 아나운서처럼 말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이를 통해 말의 전달력을 높여주고 내가 하는 말에 신뢰감을 실어줄 수 있
으
실 겁니다.
그러나 결코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령,
당장 귤을
팔기 위해 어떤 말을 한다고 했을 때
멋진 옷을 입고 물 흐르듯이 귤의 효능을 소개하는 저보다,
이 앞에
서
그저 재배한 귤과 함께 앉아있는 할머니께서 더 많이 판매하실 수도 있
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어떠한
목적
이 있습니다.
그리고 목적과 상황에 따라,
말을 잘 전달하는 스킬보다
말의 내용이나 그 자체의 진정성이 중요한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상황에서는 귤을 '판매'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지요.
귤을 팔기 위해서는
내가 제공하는 먹거리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
합
니다.
이럴 때는 아나운서가 귤의 당도, 무게,
재배한 시기 등에 대해 멋지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이 귤을 재배한 분이 직접 나와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할머니께서
"귤 사세요. 제가 직접 재배한 귤입니다." 라고 짧게 이야기 하셨을지라도
프로페셔널하고
길
게 PT 한
아
나운서보다 말씀을 잘하셨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직접 재배했다는 할머니의 핵심 키워드가 최종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말입니다.
목적에 따른 말하기 방법으로
두
가지
예시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시식
코너에 가면 인상 좋
은 아주머니께서 마이크를 차고 상품에 대해 여러 장점을 이야기해주십니다.
예를 들어
물만두의
뛰어난
맛과
편리한
조리
방법을 전함으로써 상품을 팔고자 하시는 거지요.
이때 빠
른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물만두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해주시는 것보다
물만두가 담긴 작은 종이컵을 건네며 "드셔 보세요." 한마디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먹
자마자 뒷걸음으로 카트를
끌고 와서 "이거 얼마예요?" 하고 여쭤볼 테니까요.
같은 보고서일지라도 A 상사에게 보고할 때와 B 상사에게 보고할 때 또한 말하기가 달라지겠지요?
A 상사는 말이 길어지는 것은 딱 질색입니다.
무조건 본론부터 이야기해서 1분 안에 전해드려야 하지요.
그럴 경우에는 핵심부터 준비해서 샤샤샥 한 접시에 대령해드려야 합니다.
B상사의 경우 본론부터 다가가면 상처를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의 성격과도 조금
비슷한데요.
B상사에게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이렇게 안부를 건네거나
약간의 칭찬으로 열어가시는 것이 그날의 수월한 보고서 패스를 위해 나으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려는
'
목적
'
이 무엇인지,
그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목소리톤부터 말하기 내용, 구성 등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아나운서처럼 전달하는 것이 100%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힘을 뺀 말하기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앞서 제가
당신은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하고 계십니다
라
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만약 여러분께서 진행하고 계신 어떤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전달받고
지금 바로 동시에 발표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저도 발표에 있어서는 꽤 자신이 있고 억대의 경쟁 입찰도 통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제가 여러분을 이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맡고 계신 일에 대하여 여러분보다 한참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시간이라도 주어져서 제가 내용을 파악할 시간이 생긴다면
그간의 경험을 통한 스킬로 제가 더 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고 한다면
이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까지 맡아온 여러분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임하고 계신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분 만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어떤 발표를 맡았는데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에 떨리신다면
발표할 이 내용에 대해서
나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
는 생각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특히 자기소개나
우
리
팀 소개, 회사 소개,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라면
세상에 그 누가 여러분보다 이에 대해 잘
말할 수 있을까요?
가족에게도 가장 기분 좋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것입니다.
아무리
전국 최강
달변가가 온들
나의 가족을 기쁘게 해 줄
말 한마디는 곁에서 오래도록 지켜본
내
가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발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발표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방법은
이 내용에 대해 잘 알고 끊임없이 고민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모쪼록 아나운서보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 훨씬 잘 알고 그 일을 사랑하는 여러분께서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로 빛나는 발표를 하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지방자치인재개발원 4급, 5급 공무원 비대면 수업 모습입니다. 온라인 수업이지만 화면과 채팅창을 통해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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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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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YTN·KBS·EBS 아나운서│『메타인지 대화법』 저자│멘쉬커뮤니케이션 대표│Mind Communicator. Mother.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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