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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말하기의 적당한 속도가 궁금해요.

by 이윤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원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푹푹 찌는 여름날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는 여우비가 반갑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오늘 저의 글도 반가운 손님이 되길 바라며^^

말하기 공부방! 오늘은 말하기의 적당한 ‘속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말이 너무 빨라요. 말하다 보면 점점 빨라져서 알아듣기 어렵대요.”

수업을 하다 보면 빠른 말 속도로 인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가 빨라지면 듣는 사람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호흡이 가빠지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 오기도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말을 천천히 전달력 있게 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천천히 전달력 있게 말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대화를 나눌 때 동시에 너도 나도 먼저 말하고자 하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백이면 백 서로 목소리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지지요. 멀리서 하모니를 감상한다면 불협화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릴 거예요.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 경청과 배려의 말하기가 필요하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화가 아니라 혼자 발표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내가 키를 잡은 주인이니 마음대로 속도를 이끌어가면 될까요?


“말하기의 주인은 나야 나!” 하는 분이라면 어떤 속도로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스피치의 속도야 말로 정해진 답이 없거든요. 그러나 “말하기의 주인공은 청중!”이라고 암묵적인 합의를 나눈 말하기 공부방 여러분이라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속도로 이끌어가시면 훨씬 훌륭한 말하기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직한 말하기의 속도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로 말씀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1.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속도
2. 아이와 노인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속도

1번은 말하기 공부방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말하기의 빠르기이고요.

2번은 보다 편안한 이해를 도와드리기 위해 예시로 풀어본 것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볼게요!


1.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인지하는 속도로 말하는 것

: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인지하는 속도라니, 말이 조금 어렵지요? 이는 곧 두뇌의 '필터링'을 거치면서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내가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들을 수 있는 속도이지요.


말을 하다 흥분이 되면 순식간에 많은 말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바로 나와 버리기도 하는데요. 속도가 빨라져 상대방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머,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말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싶으면 하지 마라.


말을 할까 말까 싶으면 하지 말라는 앞선 사람들의 가르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내뱉어 버린 말은 무거운 추가 되어 서로의 가슴속에 오랜 기간 자리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인지하는 속도로 말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나도 살릴 수 있는 말하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속도로 말해야 내가 말하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며 내뱉을 수 있을까요? 문장 하나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편안하게 한번 낭독해보까요? ^^


“1 더하기 1에 2를 곱하고 거기에 6을 더한 뒤 5로 나누어보세요. 정답은 무엇일까요?”


실제로 따라 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술술 읽으며 말씀 주셨지요? ^^


이제 다른 버전으로 낭독을 해볼 텐데요. 이번에는 여러분께서 무대에 서서 청중들의 눈을 보며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시며 말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의 말에 따라 청중과 함께 바로 암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동시에 계산을 하려면 아무래도 조금씩 생각할 시간을 드려야겠지요?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레디 큐! ^^


“여러분, 지금부터 저와 함께 암산을 시작해볼까요?

1 더하기 1에 2를 곱하고 거기에 6을 더한 뒤 5로 나누어보세요. 정답은 무엇일까요?”

암산을 하면서 말씀해보시니 말하기의 속도가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지고, 사이 사이에 쉼표도 조금씩 생겨나셨을까요?


“1 더하기 1에 ∨ 2를 곱하고 / 거기에 6을 더한 뒤 ∨ 5로 나누어보세요/ 정답은, 무엇일까요?// ”

이렇듯 띄어 읽으며 중간중간 쉬어주셨다면 정말 잘해주신 겁니다!!^^ 청중들도 아마 여러분의 말하기 속도에 천천히 따라가며 마지막에는 "2!" 하고 정답을 맞혀주셨을 거예요.


이렇게 수학 암산 문제를 예시로 드리면 강조 요법도 넣어주시고 말씀도 천천히 해주시는데요. 주제를 일상적인 것으로 전환하면 아무래도 말씀이 빨라지십니다. 특히 내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일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청중들 중에는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오늘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더욱 정성스럽게 천천히 내용을 전해드려야 이해가 수월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청중에게 쏙쏙 와닿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짚어주듯이 ‘천천히’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중요니다.


발표를 갑자기 하게 되면 긴장감으로 인해 누구나 말이 빨라 수 있는데요. 이때 천천히 말을 하겠다고 계속 생각을 해주면, 그래도 평상시와 비슷한 속도로 말을 하 도움이 됩니다.


말하기를 연습하실 때 평소보다 2~3배 느리게 해 주시고요. 2~3배가 헷갈리실 경우 '내가 말하는 것을 동시에 내가 인지하고 있는 속도’를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학 암산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요^^ 나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는, 제삼자인 상대방으로서는 더욱 쫓아가기 힘 것입니다.


비단 발표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 이야기를 하실 때도 이 속도를 기억해주시면 보다 품격 있는 말하기를 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가 하는 말들이 머릿속을 거쳐 나오게 되니, 말로 인해 후회하는 일 또한 이제는 안녕! 선언입니다!^^


2. 아이와 노인도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말하는 것

: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결연하게 다짐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와 할머니도 알기 쉬운 방송을 하자!’


혹시나 배려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아이와 노인을 고려하며 말을 하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편안한 방송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방송을 할 때 말의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평소보다 속도를 늦추고, 또박또박 전달하게 됩니다. 같은 내용도 표현 방식과 말의 빠르기가 달라지지요. 길을 전해드릴 때를 예시로 살펴까요?^^


[원래 Ver.]

“100m 직진 후 우회전하신 다음에 50m 더 가셔서 바로 좌측으로 꺾으시면 돼요.”


[아이에게]

“아이야. 쭈욱 가다 보면 문방구가 보이거든? 거기서 조금만 더 쭈욱 가볼래? 그러면 빨간 꽃이 있는 커피숍이 보일 거야.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큰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강아지가 있는 동물병원이 보일 거란다. 거기에서 바로 왼쪽으로 돌리면! 보일 거야.”


[할머니에게]

“(목소리가 한층 커진다) 할머니! 쭈욱 가다보시며는요. 주머니 조끼 입은 옆집 아저씨가 하시는 문방구가 보이실 거예요. 아시지요? 거기서 멈추시면 안 되고요. 좀 더 쭉 가셔요. 그러면 빨간 꽃이 많은, 시원한 커피 파는 데가 있어요. 거기 아시죠? 예예.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도신 다음에 쭉! 조금 더 가시면은 동물 병원이 보일 거예요. 거기 아시죠? 네네. 거기에서 바로 왼쪽! 왼쪽으로 돌아보시면! 있을 거예요. 가다가 헷갈리시면 길가는 사람들한테 한번 더 물어보셔요. 아셨죠?”


강의할 때 할머니 예시를 전해드리면 수강생분들이 빵! 터지시는데요. 아마도 '맞아 맞아. 나도 저렇게 해!' 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소중한 아이와 할머니가 길을 잃으면 절대 안 되겠지요?


여러분께서 발표를 하실 때도 '내 앞에 아이와 할머니도 열심히 듣고 있다!, 내가 이 분들에게 오늘 이 내용을 꼭 전달해드릴 것이다!' 생각하며 말씀해 보시면, 말하기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다 쉽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전달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말하는 사람이 혼자 슈퍼카를 탄 듯 슝 하고 달려버리면 도착 지점에서 혼자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중과 함께 하는 말하기는 그야말로 커다란 배를 타고 함께 목적지를 향하는 여정과 같습니다. 혹시 중간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길을 잃은 사람은 없는지 수시로 체크하며 보조를 맞추어 간다면 발표자에게도 청중에게도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전달력을 높여주는 말하기 속도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어떠셨나요? ^^

앞으로 대화를 나누실 때 과연 내가 하는 말을 내가 인지하면서 말하고 있는가! 방금 한 말이 금메달 양궁 화살처럼 슝 하고 날아가버리진 않았는가?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나 자신을 관찰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야말로 글을 연재하면서 다시금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있답니다.


또 발표를 하실 때는 만약 이 자리에 아이와 노인이 있다면 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려하며 말씀하신다면 보다 전달력 높은 말하기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


여러분의 행복한 말하기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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