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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Apr 11. 2020

벚꽃을 마신다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분명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건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기에 (빌 게이츠와 협력해 백신 개발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얼른 종식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을 갈 수 없다. 비록 공식적인 벚꽃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지난주 주말과 마찬가지로 만개한 꽃을 보려고 공원에 사람들이 몰려들 거 같다. 이를 대비해 공원 내 공영 주차장을 폐쇄하거나 아예 주말에는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답답한 속을 달래려 나온 사람들을 모두 몰아낼 수는 없을 게다. 결국, 인파 속 2m 간격 유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벚꽃을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볼 수는 없더라도 차 안에서 아파트 난간에 서서 볼 수도 있으니깐. 직접 가서 보는 거만큼 마음이 살랑살랑하지는 않겠지만 겨우 감소 국면에 들어선 확진자 수가 확~ 늘어나는 불상사를 보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벚꽃에 목숨 걸 일은 아니지만 봄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건데 싶기도 하고.


눈 앞에서 살랑거리는 벚꽃은 아니더라도 벚꽃 빛깔이 물든 로제 와인으로 마음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더 롱 리틀 독 로제, 에글리 우리에 그랑 크뤼 로제 샴페인 그리고 도멘 라 그랑지 티펜 로자 로제 로잠 (모두 프랑스 와인)


화이트 와인은 화이트 포도 품종으로 레드 와인은 레드 포도 품종으로 만들지만 로제 (rose, 핑크빛의) 와인은 로제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 핑크빛은 포도껍질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포도 껍질을 포도즙에 일정 시간 동안 담가 두면 색이 변한다. 마세라시옹 (maceration)이라 불리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어여쁜 핑크 빛깔을 볼 수 있는 거다. 여하튼, 원하는 빛깔이 드러나면 포도껍질을 제거하고 발효와 숙성 후 우리가 아는 로제 와인이 탄생한다.


로제 와인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Provence)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딸기, 라즈베리, 레몬, 라임 등 상큼한 향과 맛으로 설렘을 안겨준다. 빛깔만 봐서는 달콤할 거 같지만 드라이 (dry) 한 경우가 더 많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제가 많으니 선택의 폭도 넓다. 보통 장기 숙성을 할 수 있는 와인은 아니기에 (제법 고가인 로제 샴페인은 장기 숙성도 가능하지만) 호로록 마시기에도 좋다.


설레는 봄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

"벚꽃을 마신다."




와인을 제대로 마시기 시작한 게 8년 전쯤이다.

불행히도 마신 와인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휴대폰 앨범 속에는 나의 와인 컬렉션이 담겨 있다.


<사진 속 와인의 정체>

더 롱 리틀 독 로제 (The Long Little Dog Rose)

옅은 핑크빛의 로제 와인으로 상큼한 딸기향이 가득한 드라이한 아이.


에글리 우리에 그랑 크뤼 로제 샴페인 (Egly-Ouriet Grand Cru Rose NV)

실제로 꽃향이 나는 로제 샴페인. 달콤한 꿀 내음도 매력적임.


도멘 라 그랑지 티펜, 로자 로제 로잠 (Domaine La Grange Tiphaine, Rosa Rose Rosam)

오가닉 로제 스파클링 와인. 체리와 딸기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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