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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Nov 16. 2020

히말라야와 성추행의 부조화

오늘은 맥간(맥그로드 간즈)에서 마날리로 떠나는 날이다.

사실 이번 인도 여행의 목적은 “인도”보다는 “라다크와 히말라야”다.

라다크의 메인 도시인 레(Leh)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델리에서 직접 비행기를 타고 가는 법과 중간 도시인 다람살라, 마날리, 지스파 등을 통해 육로로 가는 법이 있다.

레로 직접 들어가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고산병을 걱정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있다. 한번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이틀 정도 여행을 못할 수도 있고 심한 경우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일정과 체력을 잘 고려해 루트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맥간까지는 비행기로 나머지는 육로를 통해 서서히 레로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중간의 도시들도 여행하고 고산에도 서서히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6시, 우리는 마날리로 향했다. 동이 트자 기사는 아침식사를 위한 식당을 안내해 줬다. 인도에 온 지 5일쯤 지나자 우리는 항상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 식당의 최고의 음식이 뭐니?' 달밧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침 네팔 여행에서 달을 맛있게 먹었던 은숙의 강력 추천도 함께였다. 추천 강도만큼이나 달은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달은 콩 등을 커리형태로 갈아먹는 것인데, 지구 상 존재하는 가장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식사를 한 후 계산을 하러 나오니 특이한 사진이 눈에 보였다. 힘 좀 쓰는 듯한 남성분들의 사진이 신성하게 모셔져 있었다. 저분들도 신이냐고 조심스럽게 여쭤봤더니 “패밀리 갓”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도의 신 숫자가 3만 3천만 개 라거나, 인구수만큼 신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세 시간 여를 달리니 푸릇푸릇한 히말라야의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골짜기 사이사이의 구름과 마을이 동화 같았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연신 차를 세워 세진을 찍자 운전기사는 같이 찍자고 했다. 우리는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순간 허리에 손이 쑥 들어왔다. 싫은 내색으로 살짝 밀치자 이번엔 엉덩이 위로 손을 걸치는 것이다. 불쾌함의 표현으로 자리를 바꾸었고 사진 촬영은 끝났다. 평상시 같았다면 바로 항의를 하고 환불을 받았겠지만, 12시간 동안 우리의 목숨과 안전을 책임지며 해발 2000을 달리는 기사에게 더 이상 싫은 내색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날의 아름다운 뷰를 떠올리거나 사진을 볼 때면 불쾌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앞으로 인도에선 셀피에 응하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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