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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Nov 17. 2020

행운의 시작

마날리의 아침이 밝았다.

마날리는 힌두교 마누 법전의 마누 신이 하늘에서 배를 타고 내려온 곳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풍광이 아름다워 인도의 스위스라 불리며 현지인에게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라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사랑받고 있다. 바로 대마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날리는 맥간(맥그로드 간즈)보다 붐비는 관광지인 만큼 한국어 간판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오늘은 온천으로 유명한 바쉬싯과 조기니 폭포에 가기로 했다. 숙소를 나온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야크와 야크를 곱게 단장시키는 목동이었다. 야크를 자신보다 더 소중히 씻겨주는 모습이 참 정성스러워 보였다.


우리의 숙소는 올드 마날리에 위치해 있는데, 뉴 마날리는 신시가지라 전통적인 멋을 느끼고 싶은 관광객들은 올드 마날리에 많이 머문다고 한다.

바쉬싯에 가기 전, 올드 마날리와 뉴 마날리 사이에 있는 공원에 들렀다. 키가 훌쩍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공원 초입에는 1548년에 심어진 나무의 나이테가 전시되어 있었다.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나이테가 이 공원의 나이를 가능하게 했다. 울창하게 가꿔진 나무가 삼림욕을 하기에 딱 인 공원이었다. 그 간의 여독이 한순간에 풀렸다.


바시싯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바시싯 사원 주변에는 뜨거운 온천물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에는 온천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인도 여행에선 항상 감염을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온천욕은 패스하기로 했다.


조기니 폭포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농촌길이다. 인도에서는 늘 그렇듯이 동물의 분변을 피해 다녀야 한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직전 찾아본 여러 글에는 인도 여행의 어두운 면만 보였다.

간염에 걸려 6개월 동안 입원 한 사람, 장염에 걸려 인도 여행 전체를 포기한 사람들.

그래서 우리는 파상풍, A형 간염, 장티푸스 접종을 했다. 그런데 A형 간염의 경우 병원에서 우리 일행 중 나만 접종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위생도 예전엔 인도 같았기 때문에 40대인 윤정과 세영, 그리고 60대인 은숙은 아마 면역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우리도 불과 30년 전에는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유난을 떠는 것 보니 나는 천상 여행자는 아닌가 보다.


조기니 폭포는 인도인의 가벼운 하이킹 코스인 듯했다. 장관은 아니었지만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은 차가운 계곡물에 물장구를 칠 수 있어 좋았다.


하이킹이 끝나고 뉴 마날리로 향했다. 레로 떠나는 지프차를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일정은 당일 치기도 있지만 20시간이 걸리는 일정이기에 안전 운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지스파라는 곳에서 1박을 하고 레로 넘어가기로 했다. 여러 곳 알아보았지만 가격은 같았다.

우리는 가장 성의 있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던 '호라이즌 여행사'로 선택했다. 여기서부터 우리 여행의 행운이 시작되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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