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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터틀 Nov 18. 2020

패러글라이딩의 공포

그날이 오고 말았다. 작년 짚라인을 탈 때도, 10년 전 번지점프를 할 때도 결코 다시는 경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얇은 귀 덕에 다시 절벽에 서는 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뉴 마날리에 있는 모든 투어 업체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여름은 우기라 미끄럽고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드 마날리의 한국인 음식점에서는 예약을 받았다. 어느 경로를 통하지는 모르지만, 히말라야를 하늘에서 보고 싶은 욕심에 이유 불문하고 예약해 버렸다.


한국인 식당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잔돈을 두 번이나 주지 않았다. 꽤 큰 금액을.


결국

잔돈 주세요.

라고 말해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인도에 가면 현지인들이 거스름돈을 잘 주지 않으니 거스름돈이 생기지 않게 작은 돈을 계속 바꿔서 준비해 두라는 팁을 보았었다. 이 조언이 한국인에게 해당할 줄이야. 사실 이 식당에 대해 좋은 후기를 듣고 마날리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저녁을 먹고 정보를 얻었다. 음식은 맛있었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 예약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끼고 더 이상은 이용하지는 않았다.


역시 한국에 돌아와 후기를 살펴보고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무상 아르바이트를 시키거나 숙박을 담보로 무급노동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해외, 특히 정보가 부족한 지역을 여행한다면 한국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업체들이 오히려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그나 카페 같은 곳에 한두 번만 홍보가 되어도 믿고 그 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한국인의 안전제일주의가 낳은 결과 같다. 물론 안전한 것도 좋지만, 현지 업체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꼭 한국인이 주인이고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서비스가 더 낫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은 짧았다. 내가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자 5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착륙하면서의 엉덩방아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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