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te Mar 22. 2022

본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feat. 카라바조

안녕하세요 음악큐레이터 MUTE 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쉬운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순식간에 변하는 오늘의 유행과 흐름을 놓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가 2020년 전세계는 코로나 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바쁘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이 세상이 잠깐 멈춰선 것이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우리는 반 강제적으로 집에서 격리하며 스스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빠서 자주 돌보지 못했던 금세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내 아이의 미소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던가'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집안 곳곳의 잡동사니를 정리하며 물건에 담긴 소소한 추억을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는 자동차 바람을 가르듯 질주하는 우리를 잠시 멈추어 주변을 주의깊게 둘러보는 시간을 허락한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가치없는 것이라 여긴 것들이 다시 자세히 보니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새로운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죠.


르네상스에 이미 이러한 통찰을 갖고 있었던 작가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밀라노 출신 화가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카라바조 라는 사람입니다.


빛과 그림자

카라바조는 당시 로마 카톨릭 중심의 사회에서 추구했던 관념적인 아름다움이나 신화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자연적인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했던 작가입니다. 종교적이고 신성을 중요시 여겨 비현실적으로 그려냈던 당시의 작가들과 달리 눈에 보이는 사실 그대로를 화폭에 담았습니다.

천재와 광인은 한끗 차이라고 했던가요... 당시의 화풍에 맞서 새로운것을 창조해서 선보인다는 것은 꽤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이었을텐데 자신의 그림실력을 뽐내기 위해서 전혀 새로운 화풍의 그림을 공개하는 용기와 결단은 진짜 광기에 어려 했던 행동이거나 새로운 흐름을 자기에게로 당겨오겠다 하는 천재적인 발상이었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실제로 당시 카라바조의 작품은 굉장히 인기가 있어 잘 팔리는 그림으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물론 그에 뒤따라 오는 카톨릭의 비난과 수배령은 감내를 해야 했지만요.


Basket of Fruit - Caravaggio (c.1595) 출처: 위키피디아


이러한 카르바조의 의도는 사실 그의 초기 작품에서 부터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카라바조의 초기작품은 정물화가 상당히 많습니다. 카라바조에게 정물이란 자신의 독창적인 스킬을 선보일 수 있는 아주 탁월한 도구였습니다. 멈춰있는 사물은 닥치는대로 그려가며 그 모습이 추하던 아름답던 있는 그대로를 그림에 담아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화풍은 정물화를 넘어 점차 사람들을 묘사하는 그림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Supper at Emmaus - Caravaggio, National Gallery, London (c.1602)


카라바조는 당시의 가톨릭 성화를 풍자하는 듯한 여러점의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에 성서속의 인물들은 거룩하게 묘사되거나 아름다운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의 그림의 성인들은 정반대로 골목 시장에서 보일 법한 평범하고 진부한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중점을 두었던 빛에 대한 묘사도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당시 화풍의 그림안의 빛은 신계와 지상의 명확한 경계가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의 빛의 표현은 신을 나타내는 이른바 '성스러운 영감' 이라 과장되고 추상적으로 너무 밝기만 했던 것과 달리 카라바조의 그림은 극도로 어두운 분위기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라던지, 어둠을 밝히는 촛불에 의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실적인 형태의 빛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카라바조에게는 빛도 어떤 '성스러운 영감' 이기 보다 눈에 들어오는 사실적인 자연의 형태 이었던것 같습니다.


카라바조의 음악묘사


The Lute Player - Caravaggio, Hermitage,  (c.1596)


카라바조의 화풍은 음악을 묘사한 그림에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라파엘로의 성체칠리아의 그림에서 성악음악과 대조로 기악음악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악기들의 모습을 통해 상대적인 가치절하를 묘사합니다. 반면에 카라바조의 류트연주자의 그림에서는 카스트라토로 보이는 소년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악보와 악기가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의 악보가 실제로 동시대에 연주되었던 'Jacques Arcadelt' 라는 작곡가의 마드리갈 중 하나의 첫번째 페이지 이고 그림의 음표, 각인 등이 매우 똑같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그 악보를 연주하고 있는 소년의 손가락 주법이 실제로 연주를 해야하는 손가락 위치가 맞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입니다. 악기와 악기를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을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빛과 그림자를 더해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인위적이고 과장된 느낌이 아닌 소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그림을 보는 우리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상학(Music Iconography) 적으로 후대의 음악학자들이 이 그림의 악보와 악기 주법을 참고하여 고음악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카라바조는 앞선 기존의 관념적인 아름다움의 틀에서 벗어나 사물과 혹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그대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류트를 연주하는 소년의 그림안에 악기와 악보의 본질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음을 보면서 그 음악이 실제적으로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그림들은 보다 사실적이고 자연적인 묘사를 통해 상상과 허구의 아름다움 보다 지금 당신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아름다움을 직시하고 살아라 하는 카라바조의 통찰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통찰은 오늘날의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테 와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