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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Jan 25. 2020

수유쿠션이 나의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


“아야, 아야, 아가야, 엄마 아파”    

엄마인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아가에게 하소연을 한다.    

아가는 엄마의 젓이 더 먹고 싶지만 수유 양이 모자란 지 한참을 물고 당긴다.    

나는 화가 나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감정이 일어 침대에 아가를 내려놓고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아가에게 갈 수 있었다.     

한참을 아가와 씨름하다 분유를 타러 주방에 나왔다.    

아가도 기분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 아가를 탁자 위의 아기용 의자에 앉혀 분유 타는 것을 보여주니 기다리고 노는 모습이다,    

아가가 잠시 노는 틈을 타 아까 마무리 못해 거품이 남아있는 아기 젖병을 세척해 걸어둔다.    

설거지할 때 수유쿠션을 빼두고 해도 되는데 어차피 또 착용해야 하니 허리춤에 그대로 둔다.    

“으앙, 으앙, 으앙”    

기다리다 한계가 온 아가는 울어버리고 달래며 다시 냠냠 분유도 먹이고 잠들 준비를 시켜준다.     

지난주에 아가를 보러 온 엄마는 “너는 꼭 그걸 쓰더라~그냥 안으면 되지 않니?” 말한다.    

“이게 얼마나 편한데! 손으로 하면 팔목도 아픈데 여기에 눕히면 팔목도 덜 아프고 손도 자유롭고~”    

수유쿠션을 써보지 못한 엄마는 내가 사용하는 제품의 편리성을 모른다.    

“요즘은 육아템이 육아의 절반이야. 얼마나 좋은 제품이 많은데~이거 말고도 외출용 젖병은 씻지 않고 바로 먹이고 버릴 수도 있고 아기 앉힐 수 있는 의자도 정말 많아”     

“너랑 민수 키울 때는 이런 것도 없었는데 참 좋은 세상이다”    

매일 8kg가 되어가는 아가를 들었다 놨다 10번도 넘게 반복하며 어깨와 팔이 남아나질 않는데 잠시라도 팔목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아가는 나와 함께 놀고먹다가 밤 11시가 다되어서 잠이 들었다.    

혹여나 아가가 깰까 숨죽여 아가 침대를 빠져나온다.     

텅 빈 거실에 나와 소파에 앉아본다.    

아가가 깰지도 모르니 수유쿠션도 푸르지 못하고 앉아있는데 몇 달 사용했다고 낡은 쿠션이 눈에 보인다.    

말도 못 하고 생명도 없지만 왠지 고맙고 짠하다.    

중고로 데려온 내 수유쿠션은 편리성을 생각에 허리에 버클을 끼워 착용하고 다닐 수 있다.    

가끔은 아가를 쿠션에 앉혀 내 힘을 덜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시도 때도 없이 붙어있을 줄 몰랐다.      

알았다면 중고로 가져오기보다는 새 제품으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예쁜 디자인으로 구입했을 것이다.    

이 낡고 때 묻은 수유쿠션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다른 집에서 우리 집으로 처음 왔을 때, 우리 아가를 처음 눕혔을 때, 설거지하며 물이 튀었을 때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    

아가가 태어나고 아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친구가 많이 없어졌지만 오늘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다.    

새 친구와 다른 육아용품들에게도 정성을 다해 살펴봐주어야 하겠다.    

다시없을 나의 시절, 아가의 시간이니... 이 시간 좀 더 살뜰하게 챙겨보자.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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