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 안쪽으로 불쑥, 곰팡이 핀 포도송이가 보인다.
넣어둔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됐네.
생각만 하다 깊은 밤, 잠을 뒤로한 채 냉장고에서 꺼내 버려볼까 한다.
종이에 곰팡이처럼 거뭇거뭇한 게 묻어 먹고싶지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종이 껍질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싱싱한 포도송이가 나오는 것이다.
상큼한 냄새, 싱싱한 포도송이...
물이 조금 나오는 부분을 뚝 떼어내 물로 씻어 반찬통에 포도를 넣어둔다.
어쩌면, 지금 내 모습도 다른 이의 모습도 곰팡이 핀 종이처럼 가려 빛을 못 보는 걸 지도 몰라.
어서 그 종이를 떼어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