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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을 닮아가는 일

매일 경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 실장 관찰기' 를 읽고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507260


김 실장과 함께 운동한 지는 두 달째인데 내가 볼 때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 5권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읽겠단다. 왜 읽느냐고 하니 책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을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웃으면서 나중에 추천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정성스러운 마음이었다. 얼마 뒤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밤이라며 나눠줬고, 또 얼마 뒤에는 사과 따기 체험을 다녀왔다며 나눠주었다. 이태원 어디에서만 판다는 카스텔라를 사와서 먹어보라고 줬고, 내일은 지리산 산청에서 올라온 반건시를 준단다. 그만 좀 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야 할 지경이다. 그는 자신이 좋았던 건 반드시 주변에 나누는 사람이다.

가만 보니 김 실장은 매우 바쁜 회사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늘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보름 전에는 운동하러 오자마자 자랑하듯이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여성들 란제리, 빨간 립스틱, 하이힐 같은 것이 찍혀 있었다. 자기는 여자이지만 이런 것들이 싫어서 한 번도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사실 진짜 싫었던 게 아니라 여성스러워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그 사물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사진으로 하나하나 찍고 있다는 얘기였다. 참으로 신선한 관점이었다.

출처: 매일 경제, [문화 이면],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 실장 관찰기' 中


찰기'

어떤 사람이 즐겨 보는 책이나 영화를 알면, 그가 세상에 접근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가치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가치관은 보통 ‘no pain, no gain.’ ‘시간은 금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등 좌우명이라고 하는 짧지만 굵직한 한 문장으로 대표된다. 여기서 누군가는 노력을, 누군가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드러난다.

     

나의 좌우명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이다. 언뜻 말장난 같아 보이는 문장이지만,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과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내 삶의 주체가 ‘나’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선택과 최소한의 후회를 가능케 하지만 후자는 무엇 하나 정립되지 않은 혼돈 속에서 오늘 하루를 ‘소비’하기에 급급한 삶을 만든다.     

 

나는 내 삶에 주어진 것보다 주어질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 그리고 숱한 심리학자들의 말마따나 생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해서, 실제로 내가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었다. 물론 좌절을 겪을 때도 많았지만 이것 또한 ‘나’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뜬히 이겨냈다. 그러면서 일상에 무료함을 느낄 때, 발전이 없는 기분이 들 때마다 ‘일단 해보자’ 하며 도전하는 용기도 생겼다. 이런 과정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잘 알고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며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모르긴 몰라도 김 실장의 좌우명 하나는 나와 비슷하겠구나, 생각했다. 비록 사회 경력이나 부지런함에 있어 나는 그보다 한참 뒤처지긴 하지만, 무엇이 됐든 매 순간 진심으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태도에서 말이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절대 고이지 않는 법이다. 나는 그렇게 쉼 없이 흐르는 물이 되고 싶다. 맛있는 게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찾아 먹고, 즐거운 게 있으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배워야 할 게 있으면 열심히 배우면서 ‘나’의 삶을 꽉 채워 살고 싶다. 최대한 후회 없이, 김 실장 같은 어른이 되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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