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은 거절합니다

반려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애정이 지닌 불편한 진실


며칠 전, 늘 그랬듯이 짧게나마 강아지를 산책시켜주고자 집 근처 공원에 갔다. 저만치라고 하기에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개가 복곤이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복곤이를 데리고 길 한편으로 물러서서 걸어가려 했다. 그런데 좀 전 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걷던 개가 묶인 줄이 뒤로 내팽겨질 만큼의 속도를 내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주인도 그 속도를 어찌할 줄 몰라했다.


그 모습을 본 복곤이는 긴장을 했던 건지 아니면 흥분을 했던 건지 덩달아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앞으로 넘어지면서까지 복곤이를 잡아서 내 품에 안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으나,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큰 개의 줄을 잡고 있던 주인의 태도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이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복곤이와 함께 걸어가던 길은 공원에 나 있는 산책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사실상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대형견과 소형견이 서로를 향해 난리가 나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일종의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각각 제지를 하던지, 앞을 막아서던지 아니면 품에 안던지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곤이를 안으려 발버둥을 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가 들은 말은 이러했다.

우리 개는 안. 물. 어. 요(?????????)



따지고 보면 우리 개도 안 문다. 지금까지 6년을 복곤이와 함께 살면서 나도 우리 개가 물 줄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매일 같이 자신의 개에게 물린다던 친구의 말에도 너무나 자신 있게, '복곤이는 안 그래!'라고 말을 했던 나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정확히 3개월 전, 나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복곤이에게 물렸다. 심지어 평소 같았으면 물릴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렸던 것이기 때문에 그 충격과 공포가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이때 이후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을 전혀 믿지 못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이 말처럼 무책임하고 비논리적이고 아이러니한 말이 없다. 커다란 덩치에,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돌진해 오는 그 모습을 두고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이것은 갓난아기를 두고서 '우리 애는 안 울어요.' 혹은 초보 운전자가 자신의 입으로 '사고 날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라고 하는 문장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웠다고 한들, 사실상 개가 되지 않는 이상, 그가 물지 않는지, 물 수 없는 건지, 원래는 물지 않는데 오늘은 물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큰 개가 더 위험하며, 큰 개의 주인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라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경험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예시로 사용했을 뿐이지 큰 개를 두고서 그의 위험성과 주의사항에 대해서 당부하는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까지 반려견을 둘러싸고 사회에는 다양한 논란거리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모 연예인의 이웃이 그의 반려견에게 물려 결국 죽음을 맞이한 사건이 있었다. 어떤 반려견은 호텔에 맡겨졌다가 다른 개들에 의해 물려 결국 죽음을 맞이했고, 어떤 반려견은 산책 중 또 다른 반려견에게 물려 상처 부위를 꿰매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개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한 남성이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 생사를 오갈 뻔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는 물 수도 있고 안 물 수도 있다. 다만 사람인 우리들이, 그들의 판단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되며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 주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밖에서 다른 개들을 보고 흥분하거나 짖을 때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몇 백번을 외쳐도 아무런 위로가, 공감이 될 수 없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 대신에 미리 자신의 개를 단속하고 주의시키며 찰나의 사고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라고 언젠가 친한 오빠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말 그렇다. 평소에 짖을 줄도 모르고 그저 순한 것 같이 보이는 개일지라도, 모든 상황에서 그러라는 법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는가. 아무리 착하고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분명 화가 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이처럼 뭐든지 당연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사고가 나고 그제야 사과와 반성을 하지만, 보통은 늦은 경우가 더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 더 나아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주인으로서 요구되는 책임감과 성숙함 또한 분명히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이 아닌, '우리 개는 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서로 조심해요'라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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