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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물 마를 시간이 없었던 '유열의 음악앨범'

결론: 사랑의 8할은 '타이밍' 이다


줄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스포는 없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저'의 후기에 관한 글이니 대략적인 틀과 분위기에 기반을 두어 자유로운 상상 부탁드립니다.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나 눈물 흘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슬픈 멜로는 찾아서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제가 인상깊게 봤던 비슷한 감성의 영화는 '늑대소년', '물랑루즈',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특히 '늑대소년'의 경우 특유의 아련함과 여운이 제 감성을 완벽하게 관통해버린 탓에 살면서 처음으로 2번 봤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취향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 덧붙입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개봉 예정작'으로 홍보할 때부터  '어머,저건 꼭 봐야 해!' 라는 생각을 하며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봤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첫 만남은 참으로 강렬했고 서늘했다. 강렬하면서도 서늘하다는 느낌. 어딘가 대조를 이루는 듯한 이 느낌은 말이 안 되는 말 같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미수와 현우의 인연은 처음부터 신이 작정하고 얽히게 하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는 한 번이나 제대로 있을까 싶은 '우연'의 순간들이 이들에게는 몇 번씩이나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늘 엇갈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늘 반복되던 아주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서. 마치 시계의 분 단위가 10분도 아니라 1~2분씩 늦어지는데 때로는 그런 작은 시간의 차이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듯이 말이다. 그만큼 서로의 마음을 몇 번이나 꾹꾹 눌러야만 하던 시간들이 존재했다.


가까이서 보자면 그 시간들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해 보일 수 있으나 멀리서 봤을 때는 오히려 장편적인 것에 가까웠다.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이들의 관계성과 관련한 서사적 장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러 차례 마주하던 장면들을 보면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슴 저릿하고 아픈 단어로 느껴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러한 연속성들이 또 다른 관람객에게는 일종의 개연성 부족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그게 좋았다. 우연히 거듭되었다는 것은 거듭된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이 둘의 정서적인 성장 또한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즉, 어떻게 보면 단순한 '연속성'이라고 보일 수 있는 것들이 사실상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수와 현우는 다시 만날 때마다, 이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예컨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비롯하여  '그' 혹은 '그녀'에 대한 사랑을 확신해가는 변화에 관한 것이었다. 아주 미세하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반복되던 시간 동안 그들의 관계성은 견고하고 단단한 형태를 구축해갔다. 그러니까, 여러번의 우연이 겹치면 '인연'의 차원으로 가닿는 것이라 할 수 있듯, 이들은 여러번의 우연을 통해 인연의 실을 하나씩 매듭짓고 있던 것이다.




사담

그리고 제3자로서 그들의 인생 및 사랑 방황기를 지켜보던 나는 결국 러닝 시간 내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122분 가운데 초반부를 제외한 100분이었다. 원래 자주 우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내 눈물에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


1.'애써 노력하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드는 눈물

2.'이를 악물고 발버둥 치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이건 통제하기는 글렀다'라는 생각이 드는 눈물. 


후자의 눈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뭐랄까 감정이 너무 벅차서 그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감각기관이 모두 막혀버린 탓에 어느 한곳에서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을 때. 가까스로 눈을 통해서 나오는 슬픔. 그런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물랑 루즈'를 볼 때 한번 있었는데 오늘이 그 두 번째가 되고 말았다. 


몇 번을 돌고 돌았음에도 또 다시 엇갈린 그들이  만날 수 없던 상태가 되었을 때 느꼈을 먹먹함과 그리움을 감히 상상해버릴 때면 정말이지 말 그대로 가슴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옛말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들어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몸이 멀어졌을 때 마음이 더 깊어지는 사람이 있다. 당장에 볼 수 없는 대상을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은 살아있는 채로 견디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고 버겁다는 생각을 늘 한다. 아마도 미수와 현우에게는 서로가 이러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의 주인공, 분위기, 노래 모두는 오늘 나에게 무거운 낮과 밤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김고은 배우와 정해인 배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여운이 남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 두 사람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너무나 잘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은 못 되는데 이 영화는 극장 가서 또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여운이 강하다. 흡사, 아주 지독한 한여름 밤의 꿈을 꾸며 정신 못차리다가 비로소 현실에 돌아와 정신이 아득하고 몽롱한 느낌이기도 하다.




ps. 나의 감상은 이러하나, 내 남동생은 인생의 뒤에서 손꼽을 수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아까 말했던 개연성의 부족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고 하며 약간 지루했다고 한다. 이토록 다른 감상에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으나 개개인의 취향 차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영화인 것 같기는 하다.










현재 '브런치 책방'에도 등록이 되어 있는, 제가 참여한 시집 <그런 마음이 날 눈물짓게 해>의 구매 링크로 이어집니다. 사는 곳, 나이, 성별, 성격 모두 다른 6명의 작가들이 풀어낸 인생,사랑,청춘 등에 관한 시입니다. 평소 시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후회하시지 않을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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