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그 날 이후, 한동안 나는 내 모습에 절망감을 느끼며 종종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곤 했다.
매달 초마다 달리기 시합이 끝난 뒤에 내게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이었지만 난 여전히 이 감정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자괴감에 빠진 채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식으로 보내며 그저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너무도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다른 팀에 속해있던 친한 형이 자신의 삶을 살겠다며 팀을 탈퇴하고 자동으로 3등급이 되어 있었는데 그 형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형은 우리 사회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 기계처럼 일만 하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동물들의 축 처진 모습과 다르게 너무도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 형의 주위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좋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본래 사회의 정설대로라면 저 형은 3등급으로서 실패자의 삶을 살며 한없이 불행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 있던 행복을 저 형은 되찾을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형에게 다가가 슬며시 물었다.
“형은 이제 달리기 연습 안 해요?”
내가 편견 어린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형은 기분이 조금 상했는지 까칠하게 대답했다.
“어, 안 해.”
“왜요?”
“나는 수영하는 게 더 좋거든.”
나는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졌다.
내가 대체 좋아하는 게 뭐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뭐지?
아니 그전에 나는 대체 누굴까?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스스로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남들이 다 가는 길을 어쩔 수 없이 묵묵히 따라갔을 뿐. 나는 왜 이렇게 간단한 행복을 되찾기 위한 질문들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다들 행복을 위해서 달리기 시합 1등만을 삶의 목표로 하는 것을 보아왔기에, 나는 평생을 이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달리기 시합 1등만이 삶에 있어서의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게 정말로 행복을 위한 길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진정한 행복을 되찾은 모습으로 자유로이 헤엄치는 저 형을 보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고정관념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너무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내 안의 무언가가 서서히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