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축복 속에

타쿠미가 되다.

by 주디의 작은 방

나를 맞이하는 환영 인사는 정말 성대했다.

형아들의 극진한 보좌를 받으며, 나는 우리 집이라는 곳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온 듯, 집안 곳곳에는 웃음과 설렘이 가득 번져 있었다. 낯선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내 자리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둔 듯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거실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사촌 누나까지 모여 있었다.

모두의 눈길이 일제히 내게 향했다. 순간, 복슬복슬한 하얀 털에 덮인 내 몸이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빛을 받는 듯했다. 나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자 가족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커다란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마치 내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집 안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나는 그들의 웃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환영받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배고플까 봐, 집에 들어오자마자 맛있는 밥부터 챙겨주셨다.

베이비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작고 예쁜 그릇에 곱게 담아 주셨다.

옆에는 반짝거리는 유리컵처럼 투명한 그릇에 깨끗한 물도 준비해 주셨다.

그 모든 것이, 마치 ‘어서 와, 우리 집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꼬리를 흔들며, 눈앞에 있는 밥그릇을 한참 동안 바라만 보았다.

애견샵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조명 속에서도, 매니저 아저씨는 우리가 똥을 많이 쌀까 봐,

하루 종일 물도 밥도 최소한만 주었었다.

배가 고파도 참고, 목이 말라도 모른 척하는 게 그곳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이 집에서는 아무도 내 배고픔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와 아빠는 더 기뻐했다.

그래서 나는 허겁지겁, 정말 허겁지겁 첫끼를 해치웠다.

사료 한 알 한 알이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나는 살아있다는 걸, 이 집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배가 부르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웠다.

포근한 이불 위에서, 내 몸을 조심스레 감싸주는 형아들의 손길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꼭 구하러 갈게.’

가족들은 내 이름을 두고 꽤 오랜 시간 노심초사했다.

샵에서 데려올 때, 임시로 붙여주었던 ‘딸기’라는 이름은, 나에겐 어딘가 맞지 않는 옷 같았다.

귀엽긴 했지만, 남자인 나에게 딸기라니…

형아들도, 엄마 아빠도 그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얘들아, 얘는 왠지 딸기보단 다른 이름이 어울려.”

엄마의 말에, 큰 형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타쿠미’ 어때요?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름인데, 완전 멋지고 빠르고, 강아지한테 딱이야!”


큰 형은 카레이싱을 무척 좋아했다.

형이 말한 ‘타쿠미’는, 매일같이 형이 보던 애니메이션 속 도쿄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멋진 레이서였다.

형아의 눈빛이 반짝이며 내게 말했다.


“우리 타쿠미도 멋지게 달릴 수 있을 거야. 그치?”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형아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강아지였다.

빠르고 멋지게 ‘질주’하는 건 내 비밀스러운 특기였다.

‘타쿠미’라는 이름이 어쩐지 나와 딱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타쿠미’가 되었다.

가족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이 집의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제 나는 타쿠미다.

엄마를 구하러 가는, 빠르고 용감한 타쿠미.

형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엄마는 나를 데려온 이후, 거의 숨 쉴 틈이 없으셨다.


“다 큰 아들들 겨우 사람 만들어놨더니… 다시 육아 시작이네.”

엄마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자꾸만 나를 안고 웃으셨다.

나는 날이 갈수록 에너지가 넘쳤고, 아기 비숑답게 뭐든 입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세상엔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쿠션, 거실 책장의 책 모서리, 형의 양말, 소파 밑에 떨어져 있는 레고조각까지.

하지만 그중에 제일 재미있는 건 단연코 엄마의 실내화였다.

엄마의 실내화는 아주 특별한 냄새가 났다.

그것은 따뜻한 햇빛에 오래 말린 이불 냄새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체취가 배어 있어서… 나는 그걸 물고 있으면 엄마랑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실내화를 물어뜯었고,

가끔은 거실 여기저기 실내화를 숨겨두고선 혼자 ‘보물찾기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엄마에게 들키면, 어김없이 이런 소리가 날아왔다.

“이놈!! 또 내 신발 어디 갔어!”

엄마의 그 소리는 나에게 경보가 아닌 시작 신호였다.

나는 실내화를 입에 물고 뒤뚱뒤뚱 도망쳤고, 엄마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나를 쫓아왔다.

그리고 뒤뚱뒤뚱 걷는 내 발이 더 멀리 뻗어나갈수록, 내 화장실인 배변패드까지 가는 길은 점점 길어졌다. 걷다 보면 방향을 잃기도 했고, 급한 마음에 그 자리에 그냥 쉬를 해버리기도 했다.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어지럽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수록 엄마의 한숨도 더 자주 들렸다. "또 여기야, 타쿠미…" 하는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꼬리를 낮추고,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힘들다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사방이 막힌 유리벽도, 못된 농장주 아저씨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나를 한없이 사랑해 주는 든든한 가족들과 함께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따뜻한 품과 부드러운 손길, 매일같이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갔다.

그런데 문득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걸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될수록, 농장에 남아 있는 엄마의 얼굴이 더욱 또렷해졌다.


‘엄마는 지금도 차가운 우리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래서 가끔, 모두가 잠든 밤이면 혼자 몰래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은 나를 향한 사랑이 고마워서 흘리는 것이기도 했고, 아직 그 사랑을 받지 못한 엄마가 너무 가엾어서 흘리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엄마를 구해낼 수만 있다면, 내 생에 더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오늘 밤부터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엄마를 구해낼 묘책을.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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