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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밍 Jan 21. 2019

좋은 일 하시네요

어떤 일 하시냐는 질문에 답하는 건 언제나 어렵고 서툴고 거추장스럽다. 'NGO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하기도 하고, '사회복지 법인에서 일합니다'라고 하기도 하고, '비영리단체에서 일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 한마디로 상대가 나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감을 잡으면 그 후에는 보통 이런 반응이 따라온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럼 나는 조금 쑥스럽게 웃고, 아이, 저도 그냥 직장인인걸요,라고 답한다. 상대가 나의 일에 관심을 보이면, 나는 설명을 조금 덧붙여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는 국내 복지사업과 해외 구호개발사업을 다 하고 있는데요, 저는 해외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요정도면 깔끔하게 설명한 편이다. 조금 더 흥미를 유발하고 싶다면 탄자니아 파견 생활이나 다른 아프리카 나라로 출장 갔던 이야기들을 살짝 풀어놓기도 한다. 국제개발이니, 빈곤과 불평등이니 하는 말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 


이보다 상황이 안 좋은 경우는 'NGO'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주변엔 온통 '업계' 사람들뿐이라 종종 내가, 아니 우리가 메인스트림에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거만함을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이런 분들에겐 되도록 짧게, 그리고 상대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답한다. 

"음, 그러니까, 유니세프 같은 거요."

전에 일했던 기관 이름이나,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예를 들어본 적도 있지만, 상대를 더 어리둥절하게갑분싸 만든 적도 있어서, 그 후로는 유니세프를 예로 든다. 나는 Non-government-organization, 그러니까 비-정부 기구에서 일하고 있는데. 유니세프를 포함한 UN기구는 그 정반대인, Government Organization인데.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유니세프가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설명방법인데. 여기서 이들의 답변이 바로 '아, 좋은 일 하시는구나'로 나오면 다행이다. 역시 즐겁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가장 곤란한, 하지만 사실상 가장 많은 비율로 내가 경험하는 반응은 이거다. 

"아~ 봉사활동 봉사활동?! (보통 이렇게 4음절 단어를 두 번을 연달아 말한다)"

그럼 나는 애매하게 웃고, 네, 뭐 그런 비슷한 거예요,라고 답한다. 그 뒤의 대화는 그날 나의 컨디션에 따라 다른데, 마음이 조금 따뜻하고 착한 날에는 '에이, 저희도 다 월급 받고 하는 일이에요.'라고 웃으며 답한 뒤, 넌지시 실제 업무의 대부분은 문서작업임을 알려준다. 마음이 좀 비뚤어진 날에는 그냥 나는 봉사활동 비슷한 걸 하는 사람으로 남기로 한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 역시 주변인들에게 나의 '취뽀'를 설명하는데 꽤나 공을 들여야 했다. '삼성', 'LG' 같은 기업 이름이나, 그도 아니면 '외국계 회사', '무역회사' 같은 카테고리로도 설명하기 어려우니, 자꾸만 구구절절 설명이 길어졌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다.

"일반 기업이나 회사가 아니고, 비영리 단체인데. 니 혹시 티브이에 나오는 아프리카애들 도와주고 그런 거 본 적 있제? 어 그런 거 하는 단체인데,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단체고, 직원도 몇천 명이라. 직원들도 다 유학파고 영어로 일하고... 뭐 월급이 일반 회사처럼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정식 직장이라.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유엔 같은 그런 거, 좋은 일 하는 그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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