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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09. 2018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


 ‘괜히 왔나. 살기 싫다…’

가까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싱가포르를 선택하고 처음엔 후회를 정말 많이 했다. 직업을 구할 생각만 생각했지 ‘생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물가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온 나 자신이 그리 한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이 땅에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특히나 나처럼 외국 땅을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촌년은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이곳의 분위기 덕을 많이 봤다. 게다가 인구 대비 외국인의 비중이 높아 한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성비’ 효과를 누린 것도 행운이었다. 이외에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 몇 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①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싱가포르 취업시장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가 많이 들어와 있다. 거의 7,000 여 개의 글로벌 기업, 거기에 현지 기업의 수까지 더하면 싱가포르는 구직자 입장에서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처음 싱가포르에서 놀랐던 건 내가 모르고 살아왔던 수많은 기업의 존재였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내 눈에 띄지 않았던 회사들이 정말 많았다. 한국 비즈니스가 없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한국 업무를 커버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을 구해 사람을 뽑는 비용을 들이기 전에 먼저 시장을 개척한다든지, 아니면 그걸 모두 투자할 만큼 한국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 업무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인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 싱가포르 내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 싱가포르에 살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 회사와 고객 간의 소통을 담당하거나, 사업개발을 할 사람.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한국어 네이티브가 이곳에선 장점이 된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의 취업시장보다 한국인에 대한 수요가 높다. 아무리 개방이 많이 이루어졌다 해도 한국은 외국인에게 여전히 폐쇄적으로 비친다. 게다가 언어 문제도 있다. 우리만의 탄탄한 문화와 분위기는 밖에서는 그만큼 배타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구사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물론 한국어라는 카드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국인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일을 찾을 수 있다.


②     할 말 하고 삽시다

사장이 오랜만에 사무실에 왔다. 한 직원이 쪼르르 사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5분 후, 사장실에서 정말 무시무시한 말다툼이 들리기 시작했다. 친구들끼리도 저렇게 싸우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던 나와 사무실의 모든 직원은 다 얼음이 되었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동료가 사장실에서 나왔다. 둘은 SNS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서로 의견이 안 맞았는지 논쟁을 했다. 직급에 대한 개념이 한국처럼 명확하지 않은 싱가포르지만, 굳이 따져본 그녀의 직급은 한국의 ‘대리’ 정도? 그 대리가 사장과 대판 싸우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날 둘은 또 웃으며 서로 인사했다.

내 생각에 확신이 있다면 직급과 상관없이 사장이나 이사, 누구에게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위아래는 존재하지만 서로 평등하게 소통한다. 저렇게 죽일 듯이 싸워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언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의견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사실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한국에서 일할 때 어느 누구도 말단 사원인 내 의견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내 의견을 말하면 ‘말대꾸’라는 요즘 초등학생한테도 안 쓸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게 말 시키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두려웠다. 영어 울렁증까지 있으니 더 했다.

 "이 건 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니?"

 "또 다른 아이디어는 없을까?"

  '며칠 전에 물어봐 놓고는 왜 또 물어보냐...'

그런 질문에 몇 번 대답을 못하고 지나가자 왠지 내 존재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노트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 불시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물어보면 그 노트를 참고했다. 사람들은 내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걸 실제 업무에 반영했다. 능동적으로 재미나게 일하는 게 뭔지 깨달은 순간이었다. 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졌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사람에게 의욕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다. 역시 사람이란 자기 말을 듣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더 힘이 나는 법이니까.   

싱가포르에서 가장 자연과 가까워서 정기적으로 가줘야 하는 우빈 섬. 멧돼지가 돌아다녀서 잔뜩 쫄았던 적도 있었는데 통 못 본듯... 어디 가셨음?
싱가포르에서 가장 자연과 가까워서 정기적으로 가줘야 하는 우빈 섬. 멧돼지가 돌아다녀서 잔뜩 쫄았던 적도 있었는데 통 못 본듯... 어디 가셨음?

③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 = 능력 없는 사람

“뭐하니? 오래 앉아 있는다고 일 잘하는 거 아니야. 집에 가.” 

여섯 시 삼십 분이 넘어가던 시각, 매니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칼퇴근을 큰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는 곳에서 살다 이곳에 오니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괜히 불안하고 일을 다 끝냈음에도 뭔가 빠뜨린 그런 기분.

여기서 나는 시계를 보지 않고도 여섯 시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일 오후 5시 58분, 동료들은 가방을 주섬주섬 싸서 컴퓨터 옆에 놓는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고 구두 위로 오른다. "Bye"하며 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컴퓨터 시계를 보면 정확히 18:00. 직원의 거의 반이 그렇게 나갔다. 여섯 시 반에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은 두세 명 정도. 그런 분위기에서 한국에서 온 티를 팍팍 내며 늦게까지 앉아 있던 나.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 = 정해진 시간에 일 끝내지 못하는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는 이곳에서 매니저는 내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안 그래도 가능한 칼퇴근을 더 가능케 하는 몇 가지 이유 

1) 업무 집중도가 높다. 

이건 싱가포르 사람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칼퇴근이 가능한 걸 아니 굳이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한다. 메신저로 노닥거리는 빈도가 현저히 낮고, 흡연이나 바람을 쐬러 나가도 오랜 시간 보내지 않는다. 업무 시간 동안 거의 놀지 않고 압축해서 일을 끝낸다. 그리고 여섯 시가 되면 집에 간다. 선순환이 일어난다. 

칼퇴근이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는 여섯 시 전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끝내지 않고 설렁설렁한다. 어차피 시간 안에 그 일을 끝내도 다른 일거리가 주어지거나, 온갖 눈치를 무릅쓰고 여섯 시에 퇴근하면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게 뻔하니까. 결과적으로 여기에선 같은 일을 해도 더 빠른 시간에 끝낸 셈이 된다. 당연히 생산성이 오르고, 이것만으로도 직원의 행복도는 올라간다. 

“금요일엔 칼퇴근으로 가족과 함께!”

얼마 전 한국 지사로 출장 갔던 친구가 사무실에 붙어 있던 현수막에 쓰인 문구를 가지고 농담한 기억이 난다.


장점은 이외에도 많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회식이 많이 없다던가,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쓴다던가, 한국보다 휴가일수가 길다던가 하는 것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일하는 여성 롤모델을 많이 찾을 수 있는 점이었다. 아이를 낳고서도 계속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서(물론 이건 저렴한 비용으로 상주 도우미를 쓸 수 있는 구조라 더 가능하다.) 경력단절을 겪는 사람들이 적다. 자연스럽게 높은 직급에 있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녀들을 보며 결혼과 육아,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깨너머로 보고 동기부여를 많이 받곤 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싱가포르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서양의 비즈니스 문화의 장점을 적어놓은 것같다. 다른 문화는 어떨지 몰라도 확실히 회사 분위기 만큼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 싱가포르다. 싱가포리안의 비율이 많은 현지 회사와 외국인이 많은 회사의 분위기도 다른데(한인 회사가 그런 것처럼)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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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먹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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