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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n 30. 2021

존버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유로2020을 보다가 문득.

프랑스인 남편 덕분에 프랑스 국대 축구 경기를 몇 년째 같이 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경기가 아닌 한 나도 자연스럽게 그가 응원하는 팀을 응원한다. 16강에 가진 못했지만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프랑스가 우승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은 그래서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유로 2020'의 시간이 왔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16강전.

시작부터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던 프랑스가 어째 어째 3-2 스코어까지 만들고 단 몇 분만 버티면 8강에 진출하는 상황, 89분에 그들은 스위스의 골을 허용한다. 참으로 아주 어이없게. 그동안 나 같은 축알못에게도 훤히 보였던 패스미스와 (지난 경기에서도 보였던) 전혀 간절함이 없는 모습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사실 지난 월드컵과 거의 같은 멤버와 감독이지만, 3년 전에 보여준 ONE TEAM의 모습과 조직력이 이번 대회에서는 보이지 않아 참 당황스러웠다.)

 ‘89분에 골을 넣어? 그 정신력이면... 스위스가 이기겠구나...ㅠㅠ’


나는 나와 뱃속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그쯤 보고 침실로 갔다. 연장전까지 간 승부에서 남편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경기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겼던 것처럼 이변은 보는 사람에게는 꿀잼이다. 하지만 응원하는 팀이 이변의 희생양(?)이 되면 그건 비극이다. 지난 월드컵 우승국이겠다 아직 그때의 멤버들도 많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유로에서 프랑스를 우승후보로 뽑았지만, 16강에서 굿바이... 아 짜증나!!! 




2년 전, 친구들과 집에 가기 전 조금만 더 놀자고 들어갔던 펍에서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 토트넘 VS 아약스의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었다.(우리의 SONNY를 챔스 결승으로 보내준 그 경기!) 우리가 들어갔을 때 스코어는 2:2,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있었다. 경기에 관심이 없던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빴지만, 곧 지진이라도 난 듯한 진동과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토트넘의 모우라가 역전골을 넣었다. 아마도 95분경이었던 것 같다.


이 바닥 뜨는 날까지 존버 해요, 아부지.


축구에 관심 없는 축알못이 축구 이야기를 하려니 좀 부끄럽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라 89분과 95분에 골을 넣고야 마는 사람의 마음이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되든 그렇지 않든 어느 정도 끝이 보이면 사람은 해이해진다. 피로가 축적된 것도 있고,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만하면 됐다는 마음이 슬쩍 올라오기도 하고,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고 다음 단계를 미리 생각하기도 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지켜내야 하는 그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을 뛰는 사람에겐 여러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 중요한 순간 역설적으로 가장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책의 세 번째 퇴고를 하던 그날 밤. 나는 도무지 집중하지 못했다. 내일 아침까지 이 책의 원고를 넘겨야 하고, 이번에 넘기면 수정할 기회는 다시 없었다. 내가 쓴 글이 몇 시간 후면 완전히 내 손을 떠나는데 잠만 오고, 드러눕고만 싶었다. 지금까지 원고를 쓰고 퇴고를 하면서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희안한 일이었다.

그날 밤 마신 레드불과 레드불 짜가. 아침에야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 원효대사도 이렇게 낚이셨구나...


사람의 마음이 이렇듯 간사하다는 것을 책을 쓸 때뿐만 아니라 시험을 칠 때, 어떤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많이 느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어리버리하기 바쁜 초반, 일이 익숙해져 재미를 알게 되는 중반, 권태의 늪도 무사히 지나 마지막 구간에 도착하는 여정. 항상 긴장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마음도 마지막에 도착할 때쯤 느슨해진다. 일은 항상 여기서 터진다. 사고는 초보자보다는 주의를 다 기울이지 않은 숙련자들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운동이든 공부든 일이든 기본 실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압도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마지막 남은 몇 초까지 내 눈앞의 일을 놓지 않는 정신력과 집중력이다. 체력, 기술 뿐 아니라 정신력을 갈고 닦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왜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갈고 닦은 정신력이 마지막 순간에 날 일으켜 세우는 힘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오늘과 같은 스포츠.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처음의 그 정신력을 유지하며 존버 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가 아닌지.


It aint’ over till it’s over. - Yogi Berra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3944224



https://brunch.co.kr/@swimmingstar/229


https://linktr.ee/wonder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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