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되지 않는 계절, 당신이라는 집

6화 : 집

by 현영강

어머니가 꼬깃꼬깃 모아온 돈은 무거웠다.
당신의 지인들에게 굽신거리고,

자존심을 헐값에 팔아넘기며 벋은 돈.


우리 어머니는 부동산을 하신다.


그 지폐 한 장 한 장에는 어머니의 냄새가 배어 있다.


"영강아, 이걸로 방이라도 좀 제대로 구해서 글 써라."

나는 그 돈을 들고 부동산 문을 두드렸었다.

어머니의 그 처절한 노동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번듯한 작업실을 구해 미친 듯이 글을 써서 성공하는 것뿐이라고 믿었다. 어머니가 지인께 받은 그 피 같은 돈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도, 나는 서류 한 장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매일 난 아침 7시에 카페에 간다.


거리의 차가운 바람이 코트 깃을 파고들 때,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세상 어디에도 내 몸 하나 뉘일 '내 공간'은 없다는 박탈감.


그러다 올 여름, 그 카페에 한 여자가 있었다.
나의 모든 밑바닥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텅 빈 주머니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은 여자. 그녀는 어깨가 축 처진 나를 다그치는 대신, 나를 믿어 주었다.


"괜찮아. 액땜한 거야."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안정을 구하러 다녔지만, 사실 이미 가장 튼튼한 집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을. 비바람을 막아주는 지붕보다, 내 파도를 막아주는 그녀의 방파제가 더 견고하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평생을 같이할 여자를 만난 것 같다.
아니, '만난 것 같다'는 추측은 틀렸다.
그녀가 나를 '선택'해 준 것이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현영강'이라는 사람의 가능성에 '가능성' 도장을 찍어주었다. 미안함이 앞선다.
번듯한 아파트도, 화려한 프러포즈도 없는 가난한 소설가의 곁.


그 자리가 얼마나 고단할지 알기에, 나는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직 문장 몇 줄과, 허공에 흩어지는 약속뿐이다. 하지만 맹새한다.


지금은 지읏 같은 인생이지만, 내 글의 끝은 반드시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방에 앉히는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우리 인생의 계약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당신이 나의 집이다.

나는 오늘 그 집의 기둥이 되기 위해, 다시 펜을 깎는다.


사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