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오메가는 그냥 찍었습니다..
모니터의 흰 여백이 칼날처럼 망막을 긁어댔다. 깜빡이는 커서는 일종의 경고등 같았다. 방 안에는 분명 나 혼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질적인 향기가 감돌았다. 비 갠 뒤의 축축한 흙냄새, 혹은 오래된 서고에서 나는 묵은 종이 냄새. 그 두 가지가 기묘하게 섞인 향이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아직은 그런 공기를 품을 계절이 아니었다.
나는 키보드 위에 조용히 손을 얹었다. 주인공이 텅 빈 출판사 복도를 걷는 장면이었다. 그가 맡았던 냄새를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것인지, 내가 맡은 냄새를 활자 속 그에게 전이시킨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소설 속 인물이 내 현실을 갉아먹으며 자라나고 있었다.
"누구야."
허공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하지만 향기는 더욱 짙어졌고,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틈으로 아주 가느다란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마찰음. 그것은 단순한 환청인가, 아니면 내가 직조해 낸 세 번째 세계가 기어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고 있는 소리인가.
차갑게 식은 물을 한 모금 삼키고, 문고리를 쥐었다. 금속의 서늘한 감촉만이 유일한 현실 감각이었다. 문을 열면, 그곳엔 다음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