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면 함께한다. 같이 있는 동안 상대의 마음을 관찰하고 그곳에 머물러 본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유대가 형성된다. 고통과 친구가 되는 방법도 똑같다. 일상에 그것을 허용하고 함께 있어보자. 사실 고통 자체보다 '나는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는 저항감이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막상 괴물의 등장을 기꺼이 반기면 오히려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괴물에게 곁을 내주었다면 이제 연구자의 눈으로 관찰한다. 토끼를 연구할 때 ‘아니 토끼 귀는 왜 큰 거야? 저렇게 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문제시를 할까? 대신 토끼는 왜 큰 귀를 가지고 있는지를 탐구할 것이다. 고통에 대한 문제시와 비난이 아닌 순순한 호기심으로 관찰한다. 괴물이 등장할 때 몸의 느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주로 어떨 때 활발해지는지 등을 섬세하게 살핀다.
괴물을 수용하고 바라보는데 애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저항감과 어떤 의도들을 내려놓는다. 적극적으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라. 내 안에 올라오는 생각과 느낌에 의도와 조작을 넣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온전히 허용하고 그저 알아차린다.
이때 연민의 마음과 함께 한다. 연민은 고통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이다. “그래 토끼 네가 그 큰 귀로 작은 소리에도 긴장하면서 사느라 참 고생했겠다. 힘들었겠다.” 관찰한 정보로부터 느껴지는 고통을 가슴으로 알아주는 것이다. 친구가 내 힘든 마음을 잘 알아주면 ‘이건 아무한테도 말 한적 없는데...’하면서 나도 모르는 속 얘기가 술술 나온다. 이처럼 연민은 괴물의 어둠을 녹이고 속을 풀어헤쳐 그 실체를 보게 해 준다.
이 자세를 지니고 마주하는 경험들은 소중한 연금술의 자료가 된다. 괴물이 난동 피울만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이번에 내 안에 어떤 것들이 올라오는지 한번 만나볼까?’하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정보가 쌓일수록 볼 새도 없이 맞기만 했던 주먹이 점차 보인다. 어느 순간에는 괴물의 탈속에서 돌봄과 훈육이 필요한 아기 토끼를 발견할 것이다.
세 가지 자세들을 터득하는 많은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을 받거나 심리학 도서를 통해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고 마음 챙김 명상으로 마음을 관조하는 힘을 기르는 게 좋다. 또 운동은 탐구할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변화보다 삶의 질을 강력하게 바꾼다고 장담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시험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내적 성장을 제대로 검증해주는 시험은 없다. 그래서 성장이 더딜 수 있는데 기가 막히게 신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셨다. 고통은 내적 성장에 있어서 최고의 바로미터다. 정체 없는 어둠을 피해 견고하고 좁은 성벽 속에서 숨을지, 지혜로 어둠을 밝혀 영토를 확장하고 괴물을 백성으로 삼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