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미루기 좋은 가장 쉬운 말

다음에 (2018.06.22. 금요일 맑음, 초여름의 느린 오후)

by 재생지

수술과 퇴원으로

몇 차례 미뤄졌던 선배와의 약속.

통화를 하다

결국 또 한 번

“다음에”라는 말을 건넨다.


우리는 가끔,

어쩌면 너무 자주

‘다음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혹은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의 만남을 미루고,

오늘의 감정을 보류하고,

오늘 해야 할 말을

다음으로 넘긴다.


하지만

다음이

과연 오늘을 대신할 수 있을까.


다음은 그저 ‘다음’ 일뿐,

오늘의 자리를 대신할

똑같은 그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마음과

오늘의 기분,

오늘의 빛과

오늘의 바람,

오늘의 나와

오늘의 너는


한 번 지나가면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유기적이다.

장면과 마음, 상황 등이 교차하며

한순간을 만든다.


그 모든 요소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지금 이 순간은

동일한 물리적 환경으로

다시 복제될 수 없다.


그래서 ‘다음에’라는 말은

어쩌면

오늘을 잃어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시간을

오늘로 살지 못하면,

다음은 또 다른 의미가 되며,

지나간 오늘은

알 길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말하기보다

지금 말해 두는 편이

덜 후회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만나기보다

지금 한 번 더 보고,


지금의 마음을

지금의 시간에

담아두는 것.


다음은

언제든지 미뤄지지만,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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