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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an 18. 2024

졸업을 맞이하며,

마침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쉼표를 다는 것

메인 포스터 일러스트


2023년 1월, 나는 내 인생에 다시 찾아오지 않을 첫 번째이자 마지막일 나의 학사 졸업작품 전시회를 맞이했다. 대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고서 수업을 들으며 나는 나의 첫 졸업작품을 무엇으로 만들지 미래의 내가 만들 작품에 대해서 많이 궁금했었다. 나 스스로가 얼마나 성장하여 어떤 이야기로 졸업작품을 만들지 기대되기도,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나는 6년간의 대학생활 끝에 내가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내었고 그 주제로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나 스스로의 졸업작품 여정을 훌륭히 마쳤다. 그 자체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완성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과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을 물리치고 결국 나 스스로에게 표하는 진실됨이란 소중한 가치를 나의 작품을 통해 빚어냈다. 그 자체로 나는 만족스럽다.


졸업작품은 감사하게도 애니메이션 배급사의 눈에 들어 배급계약을 맺게 되었고 지금도 여러 해외 영화제에 출품되며 나보다 먼저 해외를 돌아다니는 중이다. 외부적인 성과 외에 나는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란 가치를 이번 졸업작품 여정을 통해 발견했고 더욱 발전시켰기에 '나 자신을 믿는 힘'을 잃지 않고 앞으로의 나의 공부와 요가에 적용하며 부단히 애쓰리라 다짐한다.


이번 졸업작품과 졸업작품 전시회를 통해 나는 또 소중한 무형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나에 대한 그들이 보여준 '진심'과 애정 어린 '관심' 그리고 나의 작품에 대한 경의와 '사랑'이었다.



오프라인 엽서 일러스트레이션 01



사실 졸업작품 전시회가 신도림에서 열렸기에, 나의 고향 친구들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일부러 초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고맙게도 이해해 주었다. 졸업작품 전시회의 큰 규모와 다르게 나는 소수의 사람들만 만났으며 수도권에 살거나 서울에서 생활하는 친구들, 지인들이 주였다. 하지만 거리와 상관없이 나의 사랑하는 이들은 멀리서부터 카톡으로 감상문을 보내주었으며 온라인 상영회 홈페이지에서 방명록을 남겨주거나 나의 작품에 댓글을 다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의 성의를 표했다. 그리고 이들이 남겨준 감상문들은 하나하나 울림이 있었으며 내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나의 졸업작품을 통해 '요가'의 매력을 알게 된 이가 있으며, '나'의 이야기를 알아차리고 핵심주제를 간파한 요가 동기 선생님,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요가'의 내재된 의미를 곱씹어보는 이, 나와 요가의 '관계성'에 집중하여 본인의 삶을 돌아보는 이, 나의 작품 주제와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의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얻었다는 이. 이 모든 이들이 내게 작품을 만든 의미이자 빛나는 동기가 되어주었다. 내가 이러한 값진 이야기를 나의 작품을 통해 들을 수 있어 행운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더욱 울림 있는 작품을 만들어 선사하고 싶다. 그래서 더더욱 나의 내면과 사람들의 내면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런 의미 있는 경험 말이다.


이러한 깊은 메시지들과 이야기를 졸업작품을 통해 듣게 되리라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내 주변 이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무언의 용기를 얻었다. 창작을 하는 이유. 내가 계속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유. 요가와 더불어 창작을 계속하는 이유를 더욱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들이 내게 해주는 감상 그 모든 것이 좋은 거다.



오프라인 엽서 일러스트레이션 02



졸업작품 상영회에서 나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나의 작품이 상영되는 것을 관객분들과 함께 관람했고 생생한 그때의 느낌과 감촉을 기억한다.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낄지. 무엇을 볼지. 무엇을 기억할지. 이들이 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지 모든 게 궁금했고 두려웠고 벅찼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숨 막힐 듯 긴장되었고 숨 멎을 듯 기뻤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어 나의 모든 걸 쏟아부은 졸업작품을 관객분들과 극장에서 상영되는 이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아, 나는 감독이 되고 싶은 거구나.


이렇게 새삼 또 한 번 깨달았던 것 같다.


칼아츠에서의 작은 극장에서 상영회를 가졌던 것과 또 다른 감각, 느낌, 떨림. 그때의 나는 참으로 순수했고 지금의 나는 더욱 성장했다. 앞으로 나는 창작을 통해 또 다른 것들을 갈망하고 채워나가고 상실감을 느끼고 또 부서지고 또 깨달을 테다.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들이 내게 남기는 감상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나는 죽을 때까지 창작을 놓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이번 상영회 때 나는 그랬다.

졸업작품은 나와 나의 요가 여정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찬가, 경의 그리고 무언의 존경과 사랑이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이 남겨준 감상문들은 내 마음속 소중히 천천히, 스며들었다.

나의 창작의 영감의 원천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요가를 할 때 자유를 느끼며


나는 창작을 할 때 벅참을 실감한다.


나는 결국 계속 영원히 요가를 수행하며 창작을 하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졸업을 통해 졸업을 하며 나는 그 영원히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한 어감에 감격한다.


안녕. 나의 대학생활.


그리고 나의 졸업.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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