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클린업은 크게 원화와 동화로 나뉜다. 원화란 애니메이션 작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그림을 뜻하고 동화란 원화 사이를 메우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여러 장의 그림들이다.
그렇기에 원화가 작화 중에서 가장 중요하며 이 원화 작업이 잘 되어 있어야 나중에 동화 작업할 때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핵심 부분들이 잘 잡혀있지 않다면 동화를 넣었을 때 전체적 움직임이 어색하거나 딱딱하다.
그래서 나의 경우엔 원화 클린업을 먼저 진행하여 전체적으로 핵심 부분을 명확히 하였고 그 사이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동화 클린업을 작업했다.
원화 클린업(2)
원화와 동화 클린업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원화가 잘 잡혀있어야 나중에 동화 작업에 들어갔을 때 작화 그림이 헷갈리거나 어떻게 그려 넣어야 할지 애매해지는 경우가 없다. 러프 애니메이션 단계에선 뭉툭한 선으로 대충 그려도 알아서 움직임이 완성되고 크게 튀는 부분이 없었는데 클린업을 진행하면서 더욱 얇은 선과 뚜렷한 대비로 인해 사소하더라도 틀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엄청 눈에 띄었다. 나는 그래도 원화 단계에서 잘 정리하면서 작업을 해나갔기 때문에 동화 단계에서도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했다.
원화 클린업(3)
그렇다면 전체 작화 중에서 어떤 부분이 원화인가?라고 한다면 전체 움직임 중에서 없어선 안될 부분이라 말하고 싶다.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행동을 하기 위해 혹은 그 행동이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자세가 나타난다. 그 자세가 빠져있다면 그 어떤 행동을 할 때 굉장히 어색하거나 그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화는 굉장히 작화 중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원화와 동화를 구분하고 작업하는 건 한 번에 터득되지 않고 계속 꾸준히 작업해야 알 수 있다. 명확히 정답! 이란 건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작업을 하다 보면 스스로 이 부분이 핵심이다라는 감이 생기고 그 사이에 동화를 넣어야겠다는 감각이 자란다. 여전히 작업하면서 계속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화 클린업(4)
동화 작업 같은 경우엔 2 콤마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 24 프레임에서 12 프레임을 쓰는 형식으로 풀 애니메이션보다 작화수를 줄여서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방식인데 그럼에도 8 프레임을 쓰는 3 콤마를 쓰지 않는 이유는 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함이었다. (그래서 채색 작업을 하고 있는 지금 아주 죽을 맛이다) 물론 작화수가 많다고 다 부드럽거나 좋은 움직임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작화수와 적절한 타이밍으로 적은 작화수의 한계점을 극복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나의 경우, 작화수가 많아야 부드러운 움직임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원화 클린업(5)
동화 작업에서 그렇게 언급할 사항들은 많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원화가 잘 되어야 그다음으로 동화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원화 작업 후 원화 점검에 좀 더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나서 상대적으로 그려야 할 양이 많았던 동화 작업은 꼬박 3주에 걸쳐 완료할 수 있었다.
원화 클린업이 1주 걸린 것에 비하면 3배나 걸린 셈이다. 단순히 작화를 쳐내는 것이 아니라 원화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러프 애니메이션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들이라던지 신경 쓸 부분들도 소소하게 있었기 때문에 전체 점검도 원화 클린업 때보다 훨씬 길어졌다.
전체 작화를 진행하면서 그렇게나 신경 썼지만 모든 원화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동화 클린 업하면서 몇몇 원화를 수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체의 흐름,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고 확인하고 점검했다. 동화 클린업까지 완료하면 전체 라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움직임에 더 이상 손댈 것이 없다란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 채색작업에 들어간다.
원화 클린업(6)
현재 인고의 채색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원래 원화와 동화 클린업으로 나누어 글을 쓰려고 하였으나 이 둘은 연결 지어 이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이 쓰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 간단히 동화 클린업 사진들과 함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인 음악에 관련하여 글을 쓰려고 한다.
나의 경우 무사히 음악감독님과 컨택이 되어 1차 음악회의까지 완료하였고 음악감독님께 음악 레퍼런스와 여러 사항들을 정리하여 논의까지 끝냈다. 앞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더욱 발전시킬 예정이다.
그럼 다음은 후반 작업 포스트 프로덕션의 꽃인 사운드 디자인, 나의 경우 '음악'에 관하여 다뤄보도록 하겠다. 왜 메인 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을 다루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