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프로덕션(3)-작품의 음악을 상상하고 논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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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 제작 과정에 해당하는 메인 프로덕션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은 작가, 감독분들마다 각기 다를 수 있으므로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작품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생생하게 살려줄 '음악'이 영상 못지않게 중요했다.
원, 동화 클린업이 완료된 작화영상을 보면서 기존의 음악을 대입해보니 분위기는 언뜻 따라가나
음악과 영상이 적절한 화합을 이룬다는 느낌이 없었다.
함축적인 의미와 영상미 그리고 작화의 리듬감을 살려줄 음악은 기존의 음악을 사용하는
선곡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음악감독님을 만나기 전부터 음악에 관한 고민을 해왔고
음악 레퍼런스를 준비했으며 계속해서 어떤 분위기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를 고심해 왔다.
라인테스트까지 끝낸 후 본격적으로 후반작업인 사운드와 음악작곡을 염두에 둔 때가 7,8월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음악작업이 아주 긴 시간에 걸쳐서 나올 또 하나의 중요한 작업임을 이미
직감하고 있던 것 같다.
선곡의 방식으론 절대 불가능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작품은 크게 4막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4막에 따른 분위기와 리듬이 크게 바뀐다는 점이었다.
물 흐르듯이 계속해서 변주가 가능한 음악이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4곡 같은 1곡이어야 한다는 점이
이미 나와있는 기존의 음악으론 영상 자체를 살려줄 수 없단 것을 의미했다.
1막은 직선의 '내'가 나의 삐뚤한 몸으로 인해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고통을 받는 카오스 구간이다.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카오스적인 느낌을 원했다.
2막은 곡선의 존재가 '나'를 구해주고 수련이 시작됨을 알리는 구간이다.
차분하고 긍정적인 분위기, 1막과 대비된다.
3막은 지도자와 수련, 그리고 스스로의 수련인 구간이다.
연출적으로 가장 역동적이며 하이라이트인 부분, 비트가 들어간 밝은 분위기를 원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요가 음악이라고 하면 보통 만트라 음악이나 인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음악을
먼저 떠올린다. 음악감독님께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나는 현대적인 빈야사 요가를 작품 속에서 묘사하고
있고 실제로도 요가 지도자 과정을 통해 비트 있는 음악을 사용해 데모를 시범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음악감독님께 상세한 설명을 드렸다.
4막은 외부의 시선들과 조우하지만 용서하는 구간이다.
작품 속 가장 중요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부분이며 밝고 차분하며 긍정적, 희망적인 분위기이다.
이렇게 상세한 분위기와 느낌등을 음악감독님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의논해야 했기에
단시간에 음악이 뚝딱 나올 거란 기대는 일찍부터 접고 시작했다.
1막당 레퍼런스 음악은 4곡씩 총 16곡 정도를 찾았는데 레퍼런스 음악은 음악감독님에게 있어 일종의
지표가 되어주는 역할이 되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음악적 갈피를 잡게 도와준다.
그렇기에 원하는 음악적 분위기, 느낌이 확실하다면 그에 맞는 레퍼런스를 최대한 많이 찾아 전달드리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또한 내 작품은 기, 승, 전, 결이 존재하고 각각 존재하는 개별의 막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루기 때문에
더더욱 혹시 모를 음악 작곡을 염두에 두고서 작화작업을 서둘렀던 것도 있다.
본격적인 포스트 프로덕션에 앞서 진행했던 8월 말의 상세한 음악논의, 회의는 앞으로의 작업들에 있어
확실한 도움이 되었다. 음악감독님께선 왜 어째서 내가 이러한 음악들을 레퍼런스로 골랐으며
어떤 분위기나 느낌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고 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나 또한 음악감독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셨으며 어떻게 작업을 하실지가 예상이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었다.
사실 음악감독님과 회의를 일찍 하면 할수록 음악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음악적 견해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나의 경우, 3막과 4막이 한 음악으로 흘러가되 서서히 비트가 빠지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음악감독님의 의견에 따라 3막과 4막은 각각 다른 음악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음악작업도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만큼이나 창조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음악감독님께서 음악적으로
도움이 되는 견해나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을 주실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의 주인은 감독인 '나'이기 때문에 음악감독님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다 수용할 필요도
그렇다고 다 내 칠 필요도 없다.
조금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서 괜찮은 의견은 수용하고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부분은 확고히 주장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음악감독님께서도 감독이 작품의 의도와 어떤 부분을 중요히 여기는지를 알 수 있어
음악이 더욱 명확히 나올 수 있다.
나의 첫 협업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막막했고 두려움과 공포도 있었으나 포스트 프로덕션에 앞서
첫 미팅을 가지고 의논을 하면서 점점 음악에 대한 계획과 작업이 확고해져 감이 느껴졌다.
더욱이 음악작곡이기 때문에 음악 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 감독의 의견과 레퍼런스 전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졸업작품을 제작하면서 몸소 느꼈다.
미팅과 논의 이후 음악 스케치본을 받게 되고 그 이후 보완이 필요하거나 요구할 사항이 생기면 그러한
점들을 음악 감독님과 소통을 하며 음악의 완성도를 올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이 몇 개월은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경우 음악작업이 본 제작단계에 같이 들어갔기 때문에 후반작업인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선
텍스쳐 작업, 편집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작업들 전반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혼자서 몇 분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외롭고 힘든 사투였다.
그 과정 속에서 브런치를 소홀해진 것 같아 한편으론 괴로웠다.
지금은 졸업작품 완성이 잘 마무리되었고 전반적인 작업 과정을 상세히 서술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어 차근차근 졸업전시회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다음은 가장 오래 걸리고 나를 괴롭게 만들었던 인고의 작업인 채색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다.
다음 편이 메인 프로덕션의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