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서기 7분을 넘기며

흐를 듯, 흐르지 않는 시간 1분

by 이소연



한국에 있을 때보다 미국에서 보내는 1분 1초가 훨씬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작년 8월부터 미국에 오고 지금까지 약 6개월이 지났으나 그 체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별거 안 했는데 어느 순간 돌이켜보면 5분이 지나있고 멍 때리다 보면 10분이 지나있길 부지기수다. 그래서 미국에서 내가 제일 힘들어했던 게 '여유'를 가지는 거였다.


시간이 이렇게나 빠르게 흐르는데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1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버리고 그러다 보면 하루를 허투루 쓴 것이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있다. 그러나 지난 봄학기에 '여유'를 잃어버리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여러 안 좋은 일들을 겪으면서부턴 아무리 바쁘더라도 우선순위를 놓고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수정했다. 그만큼 시간이란 존재는 내게 가까운 듯 여전히 어려운 사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련을 하고 돌아온 날, 나는 그날따라 힘이 넘쳤고 이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고 얻은 에너지를 쓰고 싶었다. 왠지 머리서기를 8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기롭게 8분 20초로 타이머를 맞춘 후 부동의 자세로 머리서기를 시작했다. 흔들거림이 이내 멈추고 계속 호흡에 집중하며 나의 정수리부터 복부, 등, 발끝 전체 직선을 아우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며. 나는 내 안의 단단한 내적 심지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힘이 빠지고 팔뚝과 다리가 흔들거리며 중심이 다시 흔들림을 느꼈다. 슬슬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8분을 채워보려 계속 호흡을 하고 나의 코어 힘을 있는 힘껏 끌어당겨 버텨보려고 하였다. 그렇게 몇 분이 좀 더 흘렀을까.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 때 즈음. 나는 나의 다리와 발을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타이머를 보았다.


'50초'


내게 8분이란 시간에 당도하기까지 무려 50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내가 머리서기를 유지하면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참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 평상시엔 그렇게 빠르게 물 흐르듯 흘러가버리더니. 내 마음이 고통스럽고 참을 수 없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 그때의 시간은 참으로 야속하게도 느리고도 느렸다.


1초, 1초가 모여 1분이 되기까지 60이 모여야 하는데.


그 1초가 너무 느렸고, 그 1분이 흐르기까지 너무 고통스러웠다.


결국 시간의 흐름, 시간이 어떻게 흐르느냐를 느끼는 것도 결국 나의 마음에 달린 것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내가 만약 나의 머리서기에 좀 더 몰입하고, 그 순간에 '현존'을 경험하며 '무아'의 지경에 돌입했다면.


그때의 나의 머리서기 또한 속절없이 '8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평상시에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유독 그날의 머리서기에선 느리게 느껴졌는지.

나 스스로에게 또한 수련의 반성을 하게 된다.


교만함으로 점철된 마음이 아닌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소박하게 나의 몸과 만나고 마음을 열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수련임을 이미 머리로는 아는데 말이다. 그러나 마음과 나의 에고는 여전히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머리서기에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도록.


그렇게 수련을 해나가기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나 스스로에게 반성과 다짐을 하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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