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기

나의 첫 바디, 요가 프로필

by 이소연

12월 4일은 내게 있어, 아주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날은 바로 나의 인생에 있어서 첫 바디 프로필과 요가 프로필 촬영일이었다. 예전의 나는 전혀 꿈꿀 수도, 생각해볼 수 없던 일이었다. 몸이 당장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 몸을 만들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밟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옛날의 나는 일단 내가 살고 봐야겠다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요가 지도자 과정을 거치고 계속 꾸준히 나의 수련을 해오면서 나는 점점 나의 동작들과 몸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도 요가엔 무수히 많은 어려운 동작들이 존재하고 내가 해야 할 동작들도 여전히 많이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나의 아사나들과 몸이 이젠 내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올해 3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약 9개월의 요가 수련을 통해 단련한 나의 몸 그리고 자세들을 기록으로 선명히 남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름에 미리 12월 바디 프로필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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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프로필을 촬영하면서 내가 느낀 점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몰라보게 달라진 나의 몸의 변화를 확연히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감사함을 느낀 점. 다른 한 가지는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나의 아사나와 아사나를 유지하는 실력이 프로 강사분들에게 못 미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어 아쉬웠다는 점. 그럼에도 나는 프로필 촬영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시간은 그때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 '지금'도 나중엔 '과거'가 될 거라는 걸 아니까. 그렇기에 '지금'의 과정들을 쌓아 올려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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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아사나들을 촬영할 때, 나는 나의 마음속에서 '이거 정도는 해야 돼!', '이 동작은 충분히 도전할 만하잖아!' 이런 나의 에고들이 올라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잠시 이러한 마음과 생각들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요가 수련 때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던 (완성은 아닌) 고난도 동작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다 실패했다. 그 동작을 찍으려면 나는 적어도 몇 분이나 그 동작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상태여야 했다. 그러나 아직 나는 그 정도의 경지까진 이르지 못했다. 실패하고서 나는 잠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에 따라주지 않는 나의 몸. 그리고 나의 욕심에 삼켜진 나의 마음. 그래서 나는 나중에 그래도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동작들을 다시 선택해서 그 동작들을 찍었다. 그랬더니 나의 마음속에선 아무런 외침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몸도 자연스럽게 그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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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촬영을 하면서 생각보다 촬영이 힘들다는 점, 나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다 잡아 포즈를 취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현재의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춰서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훨씬 대단한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나의 현재를 온전히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도록 현존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먹은 이후로 조금 나의 욕심을 내려놓았더니 이후의 사진들은 훨씬 값지게 나왔다.


사진작가 분께서도 내게 너무 어려운 동작을 권유하시기보다 쉬우면서 내게 적합한 동작들 위주로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훨씬 부담이 덜 해진 상태에서 포즈를 잡았다. 그랬더니 촬영이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내게도 여유가 생겨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처음 포즈를 잡았을 때 뻣뻣함, 그리고 부자연스러움은 어쩌면 나의 무리한 욕심과 허영심이 그대로 나의 몸에 나온 걸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정말 정말 어렵고도 고된 수행의 길임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아사나도 완성이라는 것이 없듯이 수련도 계속 과정의 일환이다. 나는 그 과정 속에 걷는 자임을 계속 자각해야 한다. 그래야 요가를 놓지 않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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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평소 수련을 할 때 어느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야 하고, 어느 부분을 좀 더 세부적으로 느껴서 써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물론 3월 초의 나보다 훨씬 성장했으며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부족한 점들도 보이기 마련이다. 이것은 앞으로 나의 수련이 과거와는 다르게 나 스스로를 많이 바라보고 느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 더욱 발전이 생길 수 있다. 근력이 좋아졌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는 점,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끝없이 꿈꾸라는 것. 그래서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 앞으로도 계속 요가의 길에 정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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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8 ~ 2021. 12.3 요가 수련의 기록, 흔적.



나의 몸과 아사나를 통해 나를 만나기.


바디 프로필을 위해 인위적인 다이어트, 나의 몸에 대한 폭력을 일절 휘두르지 않았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나중에 먼 훗날 또 사진을 찍게 된다면, 이때의 나를 기억하자. 이때의 나도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음을. 되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