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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Apr 06. 2022

항상 힘을 주며 살아가는 삶

요가는 그런 내게 힘을 빼는 방법을 알려준다

 요가를 하다 보면 너무나 당연시되어서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알게 된다. 너무나 바쁜 삶을 제한된 시간 속에 가두고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는지. 나 또한 굉장히 바쁜 챗바퀴와도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치열한 시기를 꼽으라 한다면 역시 고등학생 때를 이야기할 것이다. 치열했던 미대 입시와 과열된 서열 경쟁의 연속들로 점철되었던 나의 학창 시절은 요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굉장히 슬프게만 회상되었을 그런 시기였다.


요가 수련 때 꼭 빼먹지 않고 하는 자세는 바로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자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이 자세만큼 달콤한 순간을 맛보기 수월한 자세도 없다. 나도 이 자세가 마냥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편해서 좋아했다. 내가 지도자 과정을 통해서 배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바아사나는 몸에 힘을 빼고 마치 시체처럼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자세를 뜻한다.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죽음'과 가장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는 심오한 자세이다. 사실 이 자세는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하라고 하면 매우 힘들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힘을 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추고서 힘을 빼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쉽게 송장과 같이 될 수 있을까.


몸은 항상 긴장이 되어있고 그 덕에 근육들이나 근막들과 같은 몸 구석구석이 뻣뻣하고 딱딱하다. 그런데 이 힘을 주는 상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오래 지속되어 왔다. 힘을 빼는 것이 엄청 쉽게만 들리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이유가 우리는 마음의 경직을 통해 몸의 경직 또한 같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상황들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요가를 만나면서부터 그러한 경직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때의 나는 단순히 몸이 유연해져서 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 날의 요가 수련 때, 2시간이란 긴 시간의 수련이 끝나고 사바아사나로 들어갈 때 나는 기억에 남는 묵직한 가르침을 들었다.


여러분들께서 이때까지 해오셨던 많은 아사나들은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한 과정이었어요. 



고되고 힘들었던 아사나들을 뒤로하고 완전히 힘을 뺀 사바아사나에서 들었던 말이었다. 그 말은 들었을 당시엔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를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것. 이 경험과 느낌은 요가 수련을 하지 않으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요가를 통해 계속해서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거였다. 그때는 어렸기도 하고 요가에 대해 깊이 배울 시간도 없었기에 잘 몰랐지만 말이다.


요가는 참으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열심히 움직이고 나의 몸을 썼던 그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완전히 힘을 빼는 자세인 이 사바아사나를 위한 것이었다 생각하니 참 모순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애매하게 힘을 주고서 살아가는 나에게 완전히 힘을 쓰고 그 수련을 통해서 완전히 힘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해주는 요가가 참으로 고맙다. 


고등학생 때 그렇게 요가를 했던 이유는 내게 너무나 많이 고되고 힘들었던 입시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몸도 좋아졌지만 마음의 공간도 조금씩 생겼다는 걸 그때의 나는 느끼고 있었다. 공간이 생기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나 자신을 잠시라도 마주할 수 있었다. 


사바아사나는 이름처럼 참으로 무서운 느낌도 묻어 나온다. '죽음'과 가장 유사한 상태에 직면한다는 것.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다는 것. 계속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우리들에게 가혹한 자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힘을 빼니 느껴지는 감각들과 수련을 통한 에너지의 통합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이 '한' 순간을 위한 수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충분하다. '힘'을 뺀다. 나도 모르게 들어간 '힘'을 어떻게 뺄 수 있을까. 나는 요가를 통해 계속 '힘'을 빼는 힘을 기르고 있다. 앞으로도 내가 노력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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