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나의 수련
대학교가 개강했던 3월 이후부터 계속 바빴다. 졸업작품 준비를 결코 얕본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교수님과의 계속되는 피드백의 연속과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분들과의 피드백 시간을 통해 나는 나의 작품에 대해서 꽤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내 의견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의견도 적용하고 만들어보는 뜻깊은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치열한 학기를 보내니 요가원에 가는 날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3월에 한 번 간신히 시간을 쪼개어 다녀왔던 날 빼고는 정말 다녀갈 새도 없이 바빴다. 계속 이야기 정립하고 디벨롭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 바빴던 나날 속에서 나는 나름의 수련을 해야만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20분 잠시 요가를 하는 것. 일어나자마자 하는 요가라 그런지 찌뿌둥하고 몸이 삐걱댔다. 몸 여기저기서 아프고 뻣뻣하다며 아우성이었고 나는 그런 몸을 달래며 나의 마음까지 다스려야 했다. 아침에 베란다를 마주 보며 요가 매트 위에서 수리야를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은 요가원에서의 수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잘 정돈된 요가원에서 다른 수련하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수련은 같이 흘러가는 기류의 에너지가 넘친다. 매력적인 인센스 향과 함께 흘러가는 선생님만의 독특한 시퀀스는 매끄럽게 흘러간다. 그 속에서 나는 몰입의 순간에 빠져든다.
그러나 집에서 하는 수련은 아침햇살이 쬐는 베란다를 마주하고서 조금은 난잡한 집에 펼쳐진 단아한 요가 매트 위에서 오롯이 내 의지와 내 의도대로 움직인다. 수려한 선생님의 시퀀스가 아닌 나의 몸이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의 내가 흘러가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흘러간다. 그렇기에 투박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진지한 수련이다.
집에서 하는 수련이 참 어렵다는 사실을 요즘에 깨달았다. 집은 요가원에서 하는 분위기를 가질 수도 없고 평상시에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라 몰입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요가원에선 같이 함께하는 동료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집에선 나 혼자다.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나와 함께해야 하는 시간. 완전한 고독의 시간이다.
서투르고 조금은 웃음이 지어지는 수련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힘이 있다면 아침 요가 수련을 하려고 한다. 요가원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 이렇게 집에서라도 할 수 있다면 해야겠다는 것이 나의 다짐이다. 요가 매트와 함께라면 어디서든 그곳이 나의 수련장소가 된다는 말이 참 공감되는 요즘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머리가 아프거나 쉼이 필요하면 시르사 아사나 (머리 서기)를 한다고. 나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머리 서기를 하지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머리가 이런저런 생각들로 터질 듯할 때 시르사 아사나를 한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 내려오면 그렇게 머리가 상쾌할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일상생활에서 하는 머리 서기가!
머릿속이 피로 가득 차면서 활기가 생기는 느낌. 재 충전이 되는 느낌. 나의 몸이 기둥이 되어 다리가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 계속되는 호흡과 함께 내 몸이 올곧게 바로 세우는 느낌. 모든 느낌이 일상생활에서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들이 깨어나는 순간들이었다. 요가 수련에서 진지하게 했던 것과 또 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머리 서기 동작이 여러 동작들을 하고서 픽 포즈로 해야만 하는 동작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일상에서 이렇게 단일로만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꽤나 동작을 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쩌면 요가 동작들은 요가원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유롭게 집에서 하는 동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닫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란 생각도 든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요가 동작들은 요가원에서와 마주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새로운 느낌이다. 그리고 요즘은 그 느낌이 참으로 감사하다. 요가 동작들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에너지, 발현되는 차크라가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요가원은 이제 4월 말로 나의 멤버십이 끝이 난다. 그리고 나는 졸업작품 준비로 이제 더 이상 요가원에 들를 수가 없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 한 켠으론 마음이 찡하고 아려오지만 요가가 가져다준 소중한 경험들과 인연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시작이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요가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수련하는 법을 배우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