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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May 20. 2022

졸업과정 속 요가 수련

지난 1년간의 수련은 바로 올해를 위함이었으리라


올해 4학년으로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나는 정말 치열하고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4월 말부터 나는 집을 나와 자취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졸업작품 제작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미대, 예술학과 특성상 졸업작품에 매진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정말 엄청날 수밖에 없다. 교수님들께선 항상 최상의 것을 요구하고 주변 동기들은 그에 맞춰 나날이 발전해가기 때문이다. 그들 틈바구니 속에서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따라가려면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야 한다. 


엄마가 내게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하라고 하신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목표는 이것이었다.



내가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든 내가 스스로 내 몸을 돌보고 아끼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



창작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분명 잘 아시리라 믿는다. 장시간 한 동작으로 오래도록 앉아있는 것은 결국 척추를 뒤틀리게 만들고 목을 앞으로 빼고 있는지도 모르고서 거북목이 되거나 나중엔 잘못된 자세로 인하여 골반 불균형이 오기도 한다. 태블릿으로 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목터널 증후군이 오기도 하고 인대나 관절에 염증이 올 수도 있다. 정말 좋아하는 창작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면 결국 내 몸을 잘 챙기고 아껴줄 수밖에 없다. 건강 없이는 작품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요가원을 그만둔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루에 30분 또는 1시간씩 아침마다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작년에 했을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며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아프고 힘들다. 작년엔 같이 수련하는 선생님들의 기와 에너지를 받아 유연한 흐름을 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삭막하고 고요하고 외로우며 뻣뻣해짐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작년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작년엔 요가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으며 하루에 4~6시간씩 수련을 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때만큼 수련을 하지 못하니 더욱 뻣뻣해지고 몸이 굳어갈 수밖에 없다.


앉아서 그리고 작업하다 보니 햄스트링은 자연히 짧아지고 애써 유연하게 만들었던 허벅지의 근육들이 돌처럼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몸의 변화만 생긴 건 아니다. 마음도 역시 작년과 비교하자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요동치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지.


교수님의 기대에 내가 부응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과 굳어져가는 나의 몸을 바라볼 때면 참으로 측은하고 안쓰럽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힘든 시기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몸과 마음이 점점 뻣뻣해지고 경직되어 가는 것은 작년 내가 지도자 과정을 수행하며 배운 철학과 지혜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년보다 더 좋아질 수는 없어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스스로 갈고닦는 시간을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내어 수련하고 있다.


나의 수련은 이렇다.


먼저 수리야 A 3세트로 가볍게 몸을 풀어 열을 낸다. 기본 아사나들로 몸에 적당한 이완과 긴장감을 주고 그다음 아사나를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하는 느낌이다.


그다음 나만의 시퀀스를 수행한다. 여기서 나는 꼭 수행하는 아사나가 시르사 아사나와 시르사 아사나 변형 동작들 그리고 카카 아사나와 우르드바 다누라 사나다. 시르사 아사나는 거꾸로 서서 버티기 때문에 코어의 힘을 단련시키기에 매우 좋고 머리로 혈액이 돌아 순환이 잘 된다. 카카 아사나 또한 팔로 지탱을 하며 균형을 잡기 때문에 근력을 올리기에 탁월하다. 우르드바 다누라 사나는 후굴의 기본자세다. 이 우르드바 다누라 사나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나중에 더욱 심화된 후굴 자세들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다. 물론 이 우르드바 다누라 사나로 들어갈 때 나는 절대로 먼저 이 아사나를 하지 않는다. 반드시 몸을 충분히 데우고서 내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취한다.


이렇게 수련을 하다 보면 그래도 땀이 송골송골 나며 한 자세로 경직되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보여주기 위한 수련이 아니라 나에게 선사하는 치유의 순간을 주기 위함이므로 내 방식대로 나름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수련을 하고 나면 정말로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며 상쾌해진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정신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매운 피드백은 상상을 초월했고, 나름 복학하기 전부터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하더라도 교수님과 피드백을 하고 난 이후엔 모조리 뜯어고치고 엎어버리고 다시 새로 그리는 등의 고된 과정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3월 초부터 시작하여 거의 2개월 넘도록 쓴소리만 듣고 스토리를 명확하게 다듬는 데에만 1개월 넘게 걸렸다. 때론 교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다듬고 고치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아 꼬박 하루 동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방에 처박혀 멍 때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요가원에서 수련을 할 수 없다면 집에서 수련을 하면서 내 몸과 정신을 달랬고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지금 또한 견고한 몸의 움직임을 통해 무언의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시르사 아사나를 하면서 거꾸로 서있어도 똑바로 서있는 것처럼 우직하고도 강직한 몸을 통해 내적인 단단함을 알 수 있었고 카카 아사나를 하면서 팔에 다리를 얹어 균형을 유지함을 통해 어떠한 흔들림이 있다 하더라도 균형 잡을 수 있는 견고함과 믿음 그리고 우르드바 다누라 사나를 하면서 나의 다리와 팔로 가슴을 활짝 펼쳐 들어 올리는 유연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힘을 통해 유연한 몸과 마음가짐이 곧 힘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요가는 결국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을 나는 작년 지도자 과정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바쁜 와중에도 요가 수련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수련을 할 수 있기까지 나는 그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을 흘려왔던가. 나는 작년 1년간의 과정과 수련이 바로 올해, 이때를 위한 거라 감히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스스로 수련을 할 의지와 생각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건 오직 나뿐이다.

나를 수련하게 만드는 건 나 자신뿐이다.




나의 몸은 나의 마음 따라 움직여주며 그런 몸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 또한 움직인다.


경직되기 쉬운 각박한 졸업작품 준비기간 동안 그래도 나는 조금이나마 숨 쉴 수 있는 나를 위한 치유의 한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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