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했던 깊이는 1년 그 이상이었다
원래는 4월 30일이 나의 멤버십이 끝나는 날이었지만 나는 그보다 더 일찍인 22일 금요일에 요가원과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곳에서 두고 갔던 나의 매트를 들고 가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면 나랑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이 가로수길에 위치한 요가원과 이토록 애틋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던 건 행운이었다.
이 요가원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로 12주년을 맞이했다. 그렇게 선생님들께서도 안식년을 가지신다고 들었다. 11월까지 운영되고서 언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휴식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이 요가원이 가장 활발할 때 운 좋게도 지도자 과정을 들었고 그렇게 이곳에서 땀 흘리며 수련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이 운명이라 생각한다.
나의 생애 첫 요가원은 부산이었고 두 번째 요가원은 서울이 되었다. 요가라는 연결점이 없었다면 나랑 인연이 맺어질지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공간, 장소들. 내 생애 두 번째 요가원에 대한 추억들을 여기서 짧게나마 읊어보고 싶다.
들어오자마자 내 코에 깊숙이 들어온 인센스 향. 그리고 익숙하고도 따뜻한 분위기에서 지도자 과정에 대한 설명과 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수련하는 공간을 둘러보면서 나는 점차 이 공간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음이 절로 갔다. 선생님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채로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그렇게 이 요가원에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요가원에선 매일 새로운 꽃들로 싱그러움을 장식한다. 그리고 그 꽃들은 거의 매일 바뀌는데 이는 해부학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의 취미이기도 하다. 꽃들로 요가원을 화사하게 만드는 선생님의 솜씨는 감탄이 나온다. 그래서 요가원에 올 때마다 오늘은 어떤 꽃들이 놓여 있을까 하고 절로 기대하게 된다.
요가원 수련실은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바깥의 풍경과 날씨를 볼 수 있다. 어둡거나 흐릿하면 흐릿한 대로, 밝고 따사로우면 밝은 대로 그날그날 분위기에 맞춰 수련실도 또한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옷을 입어 수련생들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질리도록 다니던 때에도 나는 그 하루도 같지 않은 수련실 속에서 늘 새로움을 수련했다. 나의 마음과 몸이 한시도 같은 적이 없던 것처럼, 수련실 내부 또한 한시도 같았던 적은 없었다.
수련실을 이야기하니 수련실에서 피우는 인센스 향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피우시는 향은 조금씩 다르다. 이 향 하나만으로도 내가 요가원에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지 향이 피워진 것뿐인데도. 입구에서부터 올라오는 향 냄새를 따라 요가원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 진해지는 이 향에 대한 추억이 정말 머릿속까지 스며든 듯하다.
계속 꾸준히 수련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새롭게 오셔서 수련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려할 때 마주하는 이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곤 한다. 익숙한 분들도 새로운 분들도 우리 모두 나마스떼로 수련을 할 수 있길.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같이 수련하며 나오는 그 에너지와 열기는 그 어떤 히터와도 견주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요가 수련의 정점을 찍어준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소파에서 잠시 낮잠 잤던 한 때도. 변함없이 늘 창가에서 묵묵히 자라나던 마오리 소포라 화분도. 한편에 가득 꽂혀있는 요가 서적들도. 늘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선생님들도.
함께했던 1년 시간은 제 요가 인생에 있어서 눈부시도록 빛이 날 순간들입니다.
요가에 대해 잘 모르고 부족함이 많았던 제게 아낌없이 수련에 대한 지혜와 요가 철학에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만큼은 그곳, 요가원까지 갔을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언젠가 또 들를 테니까요. 제 요가의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요가 여정의 깊이를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혼자서 수련할 수 있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순간들, 슬펐던 순간들, 기뻤던 순간들 모두 다 기억하겠습니다.
요가원에서 나는 어쩌면 머리로만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를 알아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오늘 하루도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