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프로덕션(5) - 메인 프로덕션을 위한 프리 프로덕션 마무리
프리 프로덕션 - 메인 프로덕션 - 포스트 프로덕션
스토리, 콘셉트, 캐릭터 등의 본 제작에 필요한 설정들을 제작하는 과정인 프리 프로덕션 이야기입니다.
이제 2차 심사가 끝났고 여름방학에 본 프로덕션 제작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그동안 나는 스토리보드와 애니메틱 디벨롭 과정을 무려 5번을 걸쳐 지금의 스토리보드와 애니메틱을 완성했다. 본 글에 삽입된 애니메틱 컷들은 이전에 만든 애니메틱의 일부이며 지금의 연출과 조금 다르다. 그러나 스타일은 거의 픽스가 된 느낌의 드로잉들이라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서 텍스쳐, 무빙 등이 들어가면 최종 느낌의 룩 디벨롭이다)
이야기 구조는 크게 4막으로 이루어진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압박받는 나 (위기)
지도자로부터 구원을 받는 나 (발단)
요가 수련 (전개, 절정)
외부의 시선을 용서하는 나 (결말)
이렇게 구성되었으며 그에 따른 연출과 효과들이 이전보다 상세히 계획되었다.
간단히 계획을 서술하자면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억압받는 첫 부분에선 주로 사선구도가 쓰일 예정이며 그에 따라 직선의 '나'는 좀처럼 똑바로 있질 못한다.
그러나 지도자로부터 구원을 받고서 불안에 떠는 직선의 '나'를 지도자가 위로하며 수련을 시작한다.
요가 수련이 진행되는 전개 부분에서 크게 3 부분으로 또 나뉘는데 직선의 '내'가 곡선의 '나'로 변해가는 과정이 묘사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곡선의 '나'의 자유로운 수련을 통해 자아가 완성되는 것을 의도했다.
마무리에서 외부의 시선들이 다시 찾아오지만 그 시선들을 포용하며 용서를 통해 시선들이 깨달음의 상징인 연꽃이 되어 곡선의 '나'의 곁에 자리하고 나는 나마스떼로 수련을 마친다.
상징성 있는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스토리보드와 애니메틱을 통해 고민하였으며
드디어 2차 발표 이후 픽스가 되었기에 이제 본 제작에 돌입하는 일만 남았다.
스토리보드는 영상의 컷, 길이, 연출, 카메라 워크 등에 관하여 본격적인 영상 제작을 위한 스케치 같은 단계라면 애니메틱은 음악과 사운드 포함, 연결된 스토리보드 컷들을 통해 영상의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직선의 '나'는 대체로 프레임 수가 적은 딱딱한 움직임, 곡선의 '나'는 상대적으로 프레임 수가 풍부한 부드러운 움직임을 가질 예정이다. 카메라 워크 또한 곡선의 '나'의 수련 때 가장 자유롭게 활용될 예정이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요가는 빈야사 요가로, 음악을 배경으로 그에 따른 연속된 움직임을 마치 물 흐르듯이 취하는 요가이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접했고 음악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빈야사 요가로 애초부터 점찍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단순하고 추상적인 이미지의 캐릭터가 확실히 나의 전체적 이야기와 콘셉트 무드에 더 잘 어울려 마음에 든다.
지도 교수님께선 내게 작품 내에서 요가 지도자와 요가 수련에 대해 거부감이 없냐, 갈등은 없냐고 하셨지만 요가를 받아들이고 요가 수련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위기가 나온다면 그건 내가 애초에 의도했던 바와
맞지가 않아 나의 의도를 말씀드렸다.
작품 내에서 요가는 내게 치유를 가져다준 존재이며 요가 수련이 시선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그려질 예정이다라고.
그리고 실제로 요가는 내게 치유의 과정이었다. 물론 힘들고 벅찬 순간들이 있었으나 요가가 단순히 내게 힘이 들고 시련을 주는 존재였다면 지금까지 내가 요가를 해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교수님께선 요가 지도자처럼 변하고 싶어 하는 동기가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내가 요가 지도자처럼 변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요가를 하면서 요가 지도자와 비슷하면서 또 다른 곡선인 자아가 완성되었다로 보는 편이 더 내 의도와 맞는다.
요가 지도자를 꿈꿔서 요가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왔고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교수님께선 교수님 나름대로의 의견들을 던져주셨고 그 속에서 나는 내게 필요한 피드백과 그렇지 않은 피드백을 분별하여 내 작품에 적절히 녹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이젠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내가 만들고 싶고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하려 한다.
지도 교수님께선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잘 만들어지면 '자유'라는 주제의 아주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올 거라고.
교수님의 힘 있는 한 마디는 내게 울림을 주었고 큰 지지가 되었다.
내가 만드는 작품이 그만큼 가치가 있구나 하고.
그리고 내 작품 특성상 음악이 아주 중요해질 예정이므로 음악에 대한 리서치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마음에 드는 3곡 정도 골라서 영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나면 사운드 스튜디오를 컨택하여 음악과 사운드에 대한 긴밀한 회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7월부터 본 제작에 들어가면서 나름의 각오를 하고 있다. 홀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이라 고되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올 것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거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나의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작업인 만큼 분명 칼아츠 동계연수 때처럼 지나고 나면 나의 성장에 보탬이 되는 성장 과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제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번거롭더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맞겠다고 최종 판단을 하였다. 제작에 쓰이는 프로그램은 포토샵, 클립 스튜디오, 프리미어 프로, 애프터 이펙트로 애니메이팅은 클립 스튜디오, 텍스쳐와 기타 스타일 작업은 포토샵, 그리고 영상 편집 및 보정 효과는 프리미어와 애펙으로 최종 영상 렌더링을 할 예정이다.
본 프로덕션의 과정을 어떻게 브런치 글로 남길지는 조금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어떻게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크린 숏들을 포함하면서 제작 과정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내가 봤을 때 어떻게 작업했는지 생생히 알 수 있으니 어떻게든 글을 쓸 예정이다. 다만 어떻게 남길지는 결정 나지 않았다.
나의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은 대체로 생각하는 애니메이션 작업과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상징성이 강하며 메타포적 요소가 들어가 직접 작업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특징이 있고
그래서 나의 스토리보드와 애니메틱 작업 또한 그에 맞춰서 계속 새로 그려지고 만들어지기를 반복했다.
스토리보드 양식도 내가 직접 틀을 만들어 구성했기 때문에 업계 표준 스토리보드 양식과 다르다.
규격화된 스토리보드 양식이 잘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자유롭게 본인이 생각한 연출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의 4학년 졸업과정이 이제 1학기가 끝이 났다.
여름방학을 잘 활용하여 2학기 때 웃는 얼굴로 학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프리 프로덕션에 관한 일지는 여기서 끝낸다.